◇버들 가지에 물 오르다'오징어게임'으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오영수 배우가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된 '라스트 세션'. 이 연극에는 구강암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C.S.루이스에게 아스피린을 달라는 대사가 나온다. 루이스가 더 강한 진통제는 없느냐고 물으니 프로이트는 "정신이 흐려지는 것은 싫다"며 고개를 젓는다.프로이트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보다 진통효과가 떨어질지는 몰라도 명료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던 천연성분의 아스피린을 선택한 것이다. 아스피린은 단순한 진통제를 넘어 각종 암 및 심장질환과 백내장의 예방,
◇감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 들것네장독대 항아리 위로 날아든 붉게 물든 감잎에서 비로소 단풍의 계절이 왔음을 체감한 김영랑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초가집 울타리 넘어 주홍으로 물들어가는 감더미 위로 펼쳐진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쨍하다. 이 일대를 신도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산을 보존하려는 가문의 바램으로 남겨진 초가 담벼락이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는중이다. 모든 것을 밀어내고 새로 만들기는 쉬워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타이밍에 꼭 맞는 남겨놓기가 중요하다. 감나
◇태양을 닮은 꽃 해바라기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도쿄올림픽은 정작 뚜껑이 열리자 코로나19로 우울한 이들의 마음에 한줄기 위로가 됐다. 우리들은 메달의 색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달라진 분위기와 젊은, 혹은 어린 선수들 각자의 스토리가 담긴 투혼에 울고 웃었다. 혼자 메달을 걸고, 쟁반에 놓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찍는 메달리스트들의 기념사진. 그들이 손에 든 소박한 꽃다발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해바라기가 세슘을 다량 흡수하기 때문에 체르노빌 방사능 피해지역에 심었다는 사실에 후쿠시마가 겹쳐지기는 했지만, 활짝 웃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뙤약볕 속 짙은 초록빛 가로수 군락에 흰꽃이 별처럼 점점이 박혔다. 한여름에 피는 저렇게 예쁜 꽃이 있었나 싶어 다가가보니 무궁화다.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선 이태백의 시를 보자.뜨락 꽃들이 아무리 고와도연못가의 풀들이 아무리 예뻐도무궁화의 아름다움은 따르지 못하네섬돌 옆 곱고 고운 무궁화 꽃이야.시경(詩經)에는 ‘안여순화(顔如舜華)’라 하여 무궁화꽃을 예쁜 여인의 얼굴에 비유하고 있다.이집트의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히비스다. 무궁화의 학명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는 원산
◇자리가 색을 정한다 - 수국여름정원에 수국이 수북하다. 수국이 피면 여름이 지척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꽃들의 개화가 빠른편이어서 수국은 예년보다 일찍 얼굴을 내밀었다. 연이어 내리던 6월의 잦은 비와 늦은 장마 덕에 물을 좋아하는 수국은 제 세상을 만났다.한자로 물수(水)자를 쓰는 수국(水菊)의 학명 Hydrangea가 라틴어로 '물그릇'을 뜻하니 동서양 모두 물 좋아하는 수국의 기질을 이름에 담았다.숲 가장자리나 물가에 주로 피는 산수국은 큰 꽃이 접시처럼 동그란 모양을 이루어 가운데 오글오글 모인 자잘한 꽃을 둘러싼 모양이다.
◇참을 수 없지만 참아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 인동참을인자 세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분노,괴로움, 슬픔, 억울함 등 참을 수 없어 보이는 일을 참아야하는 것은 모두에게 숙제다. 고통의 시간은 인생의 겨울에 비유되곤 하는데, 우리더러 인생의 겨울을 잘 견뎌보라고 응원을 보내는 선구자 나무가 있다. 겨울의 뭇서리, 칼바람을 꼿꼿이 이겨낸다고 '겨우살이'라고도 부르는 '인동(忍冬)'이 지난 겨울도 잘 이겨내고 덩굴마다 훈장처럼 금색 은색 꽃을 달았다."나는 혹독했던 정치 겨울동안 강인한 덩굴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
◇쓸모 없음에 관하여. feat 모과모과꽃이 예쁘다.밀리터리룩을 연상시키는 터프한 줄기에 수줍게 자리한 모과의 연분홍꽃은 자세히 눈여겨 보아야 보이는 숨은그림 찾기같다.같은 장미과지만 매화,벚꽃,살구,복숭아 등의 꽃들이 화려한 꽃을 먼저 내고 잎이 무성해지는 것과 달리 모과꽃은 초록잎이 먼저 나고 그 속에 숨은듯 피어서일까? 모과꽃이 한창이어도 멀리서는 꽃이 잘 보이지 않는다.모과는 세번 놀라게 하는 나무라고 한다.장미과의 수종에 속할만큼 예쁜 꽃에 비해 열매가 못생겨서, 못생긴 열매의 향이 너무 좋아서, 향 좋은 열매가 너무 맛이
카카오 바이크가 친구 바이크에게 "하늘도 메타세쿼이아도 푸른 계절이구먼. 친구야, 걍 달려보자고~"크에게 "하늘도 메타세쿼이아도 푸른 계절이구먼. 친구야, 걍 달려보자고~"
화엄사 각황전에 단청을 칠하지 않은 이유는? 홍매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선조들의 플랜이 있어서였을까?화려한 단청 대신 나무와 하늘의 자연 그대로의 색감이 홍매화와 어우러져 최상의 배합을 보여준다..
◇동백꽃 질 무렵잔인한 달, 4월이 돌아왔다.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평온한 겨울의 땅에서 생명을 움틔우는 자체가 잔인하다고 했지만 제주의 4월은 동백꽃의 낙화처럼 속절없이 툭툭 떨어졌던 목숨을 되새겨야하는 고통의 달이다.본디 제주에서는 동백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도둑이 든다고 믿어서 집안에 심지 않았다. 또한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가 꼭지채 쑥 빠져 떨어지는 것이 죽음을 연상시켜 불길하다고 여겼다고 한다.불의의 사고를 춘사(椿事)라고 하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본에서는 동백을 춘수락(椿首落)이라고 부른다
◇설중화코로나19로 움츠려 유독 길게 느껴지던 겨울,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매화의 개화로 시작되었다. 한겨울에 피는 동매(冬梅),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고 설중매(雪中梅)라는 이름처럼 매화가 지금의 고난 중에 마치 희망의 전령사가 된 것마냥 반갑다. '귀로 듣는 향기'라는 표현처럼 아직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은은히 퍼지는 매화의 향기는 그 모습만큼이나 고졸하다.제주에도 설중화로 불리는 꽃이 있다. 제주에 자생하는 수선화가 그 주인공이다. 여름을 알뿌리 형태로 흙 속에서 나고 겨울에 싹을 틔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수선화는 이
◇백일 붉은 배롱나무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게 피어있는 꽃이 없다는 옛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꽃나무가 있다. 웬만한 꽃들은 자취를 감춘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 오히려 더 붉게 빛나는 배롱나무다.배롱나무는 초여름에서 늦여름까지 백일동안 붉은 꽃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의 백일홍 나무를 짧게 발음하다가 생긴 예쁜 이름이다. (배롱나무는 붉은색이 대세지만 간혹 흰색, 연분홍, 연보라도 눈에 띈다.)꽃에도 백일홍이 있다. 멕시코에서 귀화된 식물로 꽃을 오래 볼 수 있는 화초다. 최근에 원예학회에서는 목백일홍이라며 화초와 구분해 부르던 배
◇연꽃이 불교의 상징만은 아니랍니다남양주 세미원에는 올여름에도 연꽃이 그득 피었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그라데이션이 멋진 큼지막한 연꽃은 고고한 듯 여린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설레며 찾아간 걸음을 기쁘게 하는 매력만점의 선물이다.수련은 연꽃보다 작지만 조금은 더 당차게 생겼다고 할까. 이참에 연꽃과 수련의 차이를 짚어보자. 하화(荷花)라고 부르는 연꽃은 수면에서 1m 정도 떨어져 피는 정수(挺水, 물 위로 높이 솟는다는 뜻) 식물이다.둥글고 커다란 잎은 발수성이 있어서 물을 머금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연잎 위로 빗방울이 구슬처
◇번영을 꿈꾸는 모감주나무코로나19와 싸우느라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지구온난화는 계속되고 있다. 올여름, 유례없다는 찜통 예고와 함께 일찍부터 찾아온 더위가 도심을 녹일 듯하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서 될 수 있으면 나무그늘을 따라 걷는다.땅만 보며 걷던 중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금빛 자잘한 꽃들이 흩어져있다. 고개를 들어 보니 길쭉길쭉한 꽃대가 신라금관을 닮은 모감주나무다.웬만한 꽃잎은 뜨거운 태양 볕에 타 들어갈 것 같은 이 계절, 기죽지 않고 오히려 찬란한 금빛을 뽐내는 모감주의 늠름함이 고맙다. 활짝 꽃 핀 모감주나무를
◇사랑한다면 자귀나무처럼 (feat.여설수)화려한 공작을 연상시키는 자귀나무 꽃이 나무에 그득 핀 걸 보니 장마철이다.자귀나무는 잠자는 시간을 귀신같이 알아 활짝 벌렸던 잎을 접어 짝을 찾고, 장마철을 귀신같이 알아 꽃을 피운다. 영물이다.우리는 실수가 없이 정확하고 재주가 뛰어날 때 '귀신같다'라는 표현을 쓴다. 故 신영복 교수는 나무를 일컬어 '신발 한 켤레 넓이도 안되는 땅뙈기에서 평생을 보낸다'라고 했는데, 한낱 미물에 불과한 나무가 보여주는 정확함 때문에 자귀나무에는 귀신귀(鬼)자가 붙었다. 농경사회의 우리 조상들은 자귀나
◇독을 쏙 빼고 예쁨만 남긴 개양귀비"어, 저거 양귀비 아냐? 화단에 저렇게 심어도 되나?" 봄꽃이 심긴 도심의 화단 곁을 지나던 두 사람의 대화다.화단에 심기 운 것은 개양귀비다. 접두사 '개'는 뭔가 미흡한 것에 붙곤 하는데, 개양귀는 양귀비의 마약성분만 쏙 빠졌다. 개양귀비는 하늘하늘하고 투명한 잎에 투과되는 햇빛조차 화사하게 만든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양귀비의 중독성 때문에 덩달아 빛을 보지 못 했던 게 억울할 만큼 예쁘다.사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양귀비 열매를 따로 보관해서 구급약품으로 썼다. 중추신경 계통에 작용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때죽나무 향기이맘때 숲에 가면 기분 좋은 향기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향기의 근원은 하얀 꽃들이 수없이 조롱조롱 달린 때죽나무다. 요새는 아파트 단지나 천변 산책길에도 자주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코를 킁킁거린다.때죽나무의 학명은 Styrax japonicus인데, Styrax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향기라는 뜻이다. 한자이름 야말리(野茉莉)도 향이 만 리까지 퍼지는 것을 연상시킨다.꽃이 조롱조롱 종처럼 매달린 귀여운 모습 때문에 때죽나무의 영어 이름은 Snowbell이다. 제주도에서도 '종낭'(
◇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 모란바야흐로 모란, 아니 작약의 계절이다. 설총의 [화왕계]에 '꽃 중의 왕'으로 불리며 군주로 의인화된 모란은 큼지막한 꽃이 멀리에서 봐도 존재감 뿜뿜이다.모란은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에서 들여온 꽃으로 전해지는데, 김부식의 [삼국사기]중 [신라본기]에 모란을 그림으로 처음 접한 선덕여왕(당시는 덕만 공주)의 일화가 있다."이 꽃은 예쁘지만 향기가 없겠군요." 그림에 벌이나 나비가 그려져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렇게 유추한 선덕여왕의 영민함에 신하들이 감탄하는 것으로 훈훈한 마무리.그럼 모란은 정말 향이
◇영산홍 말고 연산홍아파트 화단마다 화려함을 뽐내던 연산홍의 빛이 바래지고 있다. 우리가 철쭉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키 작은 꽃은 연산홍이다. 다 같은 진달래목 진달래과이기는 하나, 굳이 차이를 구분하자면 연산홍과 철쭉의 가장 큰 차이는 키다. 화단에 납작 엎드려 무리 지어 피는 꽃들은 연상홍이고, 산길에서 마주친 키큰 나무는 철쭉이라고 생각하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연산홍의 원래 이름은 영산홍인데, 연산군이 사랑했다 하여 연산홍으로 더 자주 불린다.빛바랜 연산홍을 보니, 꽃의 이름을 바꿔준 연산의 불운했던 생과 자연스레 오버
◇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보라색 오동나무 꽃이 메마른 가지 끝에 달렸다.봄엔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이 많지만 다른 자잘한 꽃보다 월등히 큰 오동나무 꽃들이 쭉 뻗은 나무 끝에 달려 과시하는 생명력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태평성대가 되면 찾아온다는 상상의 새 봉황은 3천 년에 한번 열매 맺는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동나무의 별명은 Phoenix's tree다. 죽은 듯 잠들었던 마른 나뭇가지의 즐거운 배신은 희망의 아이콘, 봉황과 잘 어울린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