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강윤 소방관의 이야기 32편 '죽이는 특수부대, 살리는 구조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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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강윤 소방관의 이야기 32편 '죽이는 특수부대, 살리는 구조대원'
  • 스타트업엔(StartupN)
  • 승인 2021.04.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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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특수부대, 살리는 구조대원

이맘때쯤이면 119구조대원들은 분주하다. 당연한 출동업무도 그렇겠지만 구조 대원의 역량을 평가하는 인명구조사 시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명구조사는 전문, 1급, 2급으로 나눠지는데 소방청 주관으로 전국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일종의 자격시험이다. 구조 직렬의 직원뿐만 아니라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다. 다만 나 같은 구조 대원들은 필수적을 취득해야 하는 자격이다.

봄이면 기본 단계인 2급 시험이 치러지고, 가을이면 난도가 높은 1급 시험이 치러진다. 전국에서 2명밖에 없는 최상위 등급인 전문 시험은 비정기적이다. 나는 1급과 2급 인명구조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2급은 한 번에 합격했지만 1급은 재수 끝에 합격했다.

현장 활동 중인 119구조대원(사진=김강윤 소방관)
현장 활동 중인 119구조대원(사진=김강윤 소방관)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진 시험은 결코 쉽지 않다. 필기도 그렇지만 실기는 상당한 난이도다. 2급도 그렇고 1급은 더 그렇고 전문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기본 체력 시험은 육상과 수상으로 나뉜다. 먼저 육상에서 왕복 달리기를 수십 번 한다. 일명 '삑삑이'라 불리는 왕복 달리기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중후반이 지나면 거의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왕복 라인에 못 미치면 바로 탈락이다. 겨우 육상 체력시험을 지나면 바로 수상 체력시험이다. 입영을 한다. 맨몸으로 5m 풀장에서 몇 분간 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영 200m, 잠영 25m, 25kg 마네킹 끌기를 하는데 이쯤 되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이를 악물고 겨우 물에서 살아나면 분야별 기술을 테스트하는 기술 시험이 진행된다. 체력시험 후 진행되는 기술시험은 수중에서 스쿠버 기술을 평가받고 젖은 몸을 이끌고 육상으로 이동해 각종 로프를 다루는 로프 구조 기술을 평가받는다. 그리고 교통사고와 관련된 구조기술을 평가받고 나면 평가는 겨우 마무리된다. 이게 2급이다. 가장 낮은 단계의 레벨이다. 합격률이 못할 땐 30%, 높아봐야 50%를 넘지 못한다.

더 난이도가 높은 1급은 작년에 단 한 명도 합격하지 못했다. 시험으로 행해지는 구조기술 평가가 현장에서 즉시 사용되는 효율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어쩌면 구조 대원으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체력과 기술이기에 최소 2급 시험은 무조건 합격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각 소방서의 구조대에서는 시험이 다가오면 다들 옥상의 훈련장으로 가서 낮이고 밤이고 시험에 대비한 연습을 한다.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다. 소방관이 되기 위한 채용 시험을 치르고 들어온 소방관들 특히 구조 대원들은 이미 군 특수부대(특전사, UDT, SSU, HID, UDU, 해병 수색대, 공군 CCT, 공군 SART 등)에서 최소 4년에서 최대 15년이나 혹독한 군사적인 훈련을 받고 나온 진짜 사나이들이다. 이들이 무엇을 더 노력하고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현장에 있다. 사람이 당장 피 흘리며, 심장이 멎어 죽어가는 현장은 군 특수부대에서 배운 그것과는 다르다. 그렇다. 구조 대원으로 채용된 특수부대 출신들은 사람을(적을) 죽이는 것을 배우고 왔다. 나 역시 그랬다.

훈련 중인 UDT요원(사진=김강윤 소방관)
훈련 중인 UDT요원(사진=김강윤 소방관)

내가 UDT에서 배운 기술은 어쩌면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죽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대테러 사격 기술 중에 '더블 탭'이라는 기술이 있다. 심장에 정확히 두발을 꽂아 넣는 CQC(Close-quarters combat or close-quarters battle : 근접 전투) 사격 기술이다. 단 시간에 가장 정확하게 적을 제압하는 사격이다. '모잠비크'라는 사격 기술도 있다. 가슴에 두발, 머리에 한 발을 꽂아 넣어야 한다. CQC 때 방탄복을 입은 적을 죽이기 위해 머리에 한 발을 더 꽂아야 하거나 마약이나 약물에 중독된 적은 가슴에 두발로는 살상력이 떨어진다 하여 머리에 최종적으로 확인 사살을 하는 방법이다. 이렇듯 군대에서 배운 것들은 지금 내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기술들이 아니었다. 정반대였다.

그런 내가 구조 대원으로 들어온 것은 아마 특수부대에서 배운 기술을 119에서 통용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배운 육체적, 정신적 인내와 절제력, 죽고 사는 현장에서의 냉철한 판단력, 팀원들과 사지(死地)로 들어가야 하는 조직 융화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나는 이곳에 채용됐을 것이다. 실제로 구조 대원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은 남다른 감각(?)을 발휘한다.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유대감은 최소한 4년 이상 몸과 마음으로 체화한 특수부대에서의 생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람을 살리는 기술은 다르다. 그래서 인명구조사 시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군에서 배운 적 없는 타인을 살리기 위한 몸놀림을 평가받아야 하기에 많은 구조 대원들이 끊임없이 연습한다. 그렇게 연습하는데도 또 시험에서 탈락한다. 나는 후배들이 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보아왔다. 출동이 없을 때 소방서 앞마당이나 옥상에 장비를 꺼내놓고 겨울에 춥게, 여름에는 덥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러다가 출동이 걸리면 땀에 젖은 몸을 이끌고 더 많은 땀을 흘리는 사고 현장으로 바로 달려간다.

쉽지 않다. 먹고살아야 하는 일이 우선인데 먹고살기 참 힘든 직업이다. 그냥 출동 걸리면 나가서 사람 구하고 그러면 다인 줄 알고 들어왔을 소방서이다. 하지만 사람 구하는 기술은 당장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다.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온 소방서 다시 힘들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 하지만 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특수부대에서 배운 기술과는 반대의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특수부대에서 배운 인내와 절제, 판단과 융화를 여기에서 발휘해야 한다.

오늘 시험을 치러 간 후배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자존심 강한 구조 대원들에게 그저 잘하라고만 하면 그게 제일 큰 응원이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며 지켜본 나 역시 잘 알기에 더 이상의 격려는 무의미하다. 숫자로 그들의 노력이 평가되는 것이 못내 안쓰럽지만 마지막에 반드시 웃길 바란다. 합격을 하든 그렇지 못하든 나의 후배들은 나와 현장에서 같이 살고 같이 죽을 형제들이다.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력을 깊게 깊게 응원한다.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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