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공생하는 현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싱가포르 전시산업
아시아 MICE허브 싱가포르, MICE산업의 새로운 트렌드 주도

2021년은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 시대임을 실감하고 있는 가운데, MICE(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은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았지만, 회복은 가장 뒤 늦게 될 산업 군으로 예측되고 있다.

MICE 산업은 싱가포르의 2019년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고 약 3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만큼 도시국가의 산업의존도는 타 국가대비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MICE 허브인 만큼 전시산업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 빠르게 맞춰가고 있으며, 최근 지역 내 변종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싱가포르 유명 전시 주최사 S사의 대표 L씨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해 싱가포르 전시산업현황과 전망, 그리고 한국 업체들의 전시참가 결정에 유용할 정보에 대해 소견을 나눴다.

Q1. 작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많은 전시회들이 취소되고 올해 상반기로 개최가 미뤄졌었다. 올해는 어떤 기대가 있었는가?
 
A1. 올해 싱가포르 첫 하이브리드 형태 전시회로서는 ‘지오 커넥트 아시아(Geo Connect Asia) 2021’가 3월에 개최되었다. 55개국의 약 1,200명의 오프라인, 700명의 온라인 참가자들을 유치했었고, 컨퍼런스와 전시부스공간을 볼룸(ballroom)에 대신 구축해 전시회가 운영되었다.

작년 락다운(lockdown)이 해제 된 이후 10월부터 참가인원 제한이 50명에서 250명으로 늘면서 다양한 형태로 50여개의 크고 작은 전시컨퍼런스가 열렸었는데, 이번 전시회는 이에 비해 훨씬 큰 규모로 열린 행사였고 올해 첫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시회라는 점에서 MICE 산업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이번 6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건축 빌딩 서비스(Architecture and Building Services) 2021’ 전시회 시리즈가 코로나 이후 최대 참가인원 규모인 2,500명을 유치할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백신을 맞은 싱가포리언 참가자들에 한해 별도 검사 없이 입장을 허가하고, 더욱 더 많은 오프라인 참가자들이 큰 불편없이 들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5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변종 코로나 때문에 전시회가 하반기로 미뤄졌다.

정부 측에서 이러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시회를 연초부터 빠르게 여는 것을 허가해 주고 주최사들을 적극 지원한 주된 이유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과 ‘샹그릴라 회담(Shangri-La Dialogue), 이 두 개의 매우 중요한 국가적 MICE행사를 유치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다양한 전시운영방법을 시도했고, 전시회로 인한 새로운 확진자는 없었으나, 이번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경제포럼’은 결국 2022년 상반기로 다시 미뤄졌고 ‘샹그릴라 회담’도 개최일 2주전 취소되었다.

2021년 싱가포르 첫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시컨퍼런스 Geo Connect Asia의 (좌) 온라인 플랫폼; (우) 컨퍼런스 현장 (자료출처 = (좌) M&C Asia; (우) TTG Mice)
2021년 싱가포르 첫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시컨퍼런스 Geo Connect Asia의 (좌) 온라인 플랫폼; (우) 컨퍼런스 현장 (자료출처 = (좌) M&C Asia; (우) TTG Mice)

Q2. 이번 달 초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변종 코로나가 현재 전시산업에 더욱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A2.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랍진 않다. 싱가포르에 첫 코로나 락다운 이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은 언제든지 있었기 때문에 전시주최사로서 늘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현재 입국제한과 강화된 방역조치가 6월 중순까지 계획되어 있지만, 우려되는 점으로서는 이러한 유사 락다운 상황이 장기화되고 추가적인 봉쇄 조치가 불가피할 경우 하반기에 계획되었던 전시회들도 또 다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다. 현재 감염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부의 빠른 판단과 강한 조치로 이번 추가 확산 상황도 6월 중순까지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Q3. 현 시국에 전시주최사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A3.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잠재참가자들을 위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의 재구성과 코로나와 공생해야 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전시운영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된다. 전시산업의 핵심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영향력 있는 구매자들과 역량을 갖춘 공급사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어떻게 하면 온라인상으로 최대한 가능하게 할 지,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하게 조합해 기존 오프라인 방식의 미팅과 최대한 비슷하거나 더 나아가 참가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전시회를 참가할 수 있을 지 고민해 나아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도 Emerging Stronger Taskforce(EST: 코로나-19 대응 경제개혁 정부 테스크포스)를 세워 MICE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민관합동 프로그램을 통해 계획추진하고 있다.

Q4. 코로나 발발 이후 싱가포르 전시회들이 필수로 온라인 형태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전시회 형태의 다른 변화와 앞으로 전시회를 참가하는 기업들이 겪을 변화가 궁금하다.

A4. 우선 현재로서는 2D형태의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으나, 3D 가상공간(virtual space)과 아바타 활용을 앞으로 도입 가능할 가장 흥미로운 기술로 꼽고 싶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즈니스 미팅 시에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며, 참가자들 간 물리적 장애를 해결해 줄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기술은 MICE산업의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또한, 샘플 시범 등 전시품목을 실제로 만져보고 다뤄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흥미로운 방안은 드론을 활용해 실시간 비대면 샘플배송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미 로봇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병원 등 공공기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MICE산업에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사료된다. 앞서 말한 내용이 MICE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설명했다면, 현재진행형으로는 ‘하이브리드’형태의 전시회가 코로나가 종식이 될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즉, 오프라인으로 전시회를 운영함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을 스트리밍 기술로 중계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서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이다. 각 주최사들은 어떤 기술을 도입해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더욱 허물고, 더욱 많은 참가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Q5. 전시회의 활용도와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5. 코로나 발발 이후 가장 중요한 트렌드 중 한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시회라는 행사가 예전에는 개최국 내 시민 또는 방문객에게만 열려 있었던 어떻게 보면 매우 제한적인 행사였다면, 온라인 이벤트로 함으로서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일 것이다.

작년부터 온라인 행사라는 것이 뉴노멀(new normal)이 되면서 고객 수요도 꾸준히 몰리고 있고, 인식도 새로 형성되어 비대면 행사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MICE산업 관계자들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치즈는 옮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력이 발전하고, 주최사들과 산업 관계자들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도전적으로 도입하며 앞으로 계속해서 발생할 혼란(disruption)에 대비해 MICE산업을 혁신해 나아가면 전시회들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Q6. 싱가포르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A6.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허브’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회들이 싱가포르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그 만큼 싱가포르가 갖는 고유의 상징성이 있으며, 아시아의 테스트베드(testbed)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전시회를 참가하는 것이 결코 싱가포르 시장 및 동남아시장 진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관계자들이 전시회를 계속해서 참가하고 있고, 이 들과 함께 네트워킹을 하고 시장 트렌드를 단 시간 내 파악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전시회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형태로 완전히 전환됨과 동시에 더욱 더 다양한 참가자들에게 제품과 솔루션을 어필할 수 있고, 더욱 더 많은 경쟁자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전시회 및 컨퍼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수출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5월 변종 바이러스 확산 이전 MICE시장 재개에 힘써왔다. 코로나로 일반 관광객의 입국이 제한되는 가운데 인원 통제와 동선 관리가 용이하고, 싱가포르 경제의 중요 분야 중 하나인 MICE분야부터 재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미와 유럽이 코로나의 대응에 상대적으로 주춤하는 시기인 지금, ‘트래블 버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적인 전시회 개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시산업은 앞으로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그 영역과 경계를 넓혀 나갈 것이며,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 수출의 기로를 뚫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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