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인정받는다는 것'
상태바
[전준우 칼럼] 협상의 품격 시리즈 '인정받는다는 것'
  • 스타트업엔(StartupN)
  • 승인 2021.06.12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pple의 가치와 성장

언젠가 친한 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2000년대 후반 애플에서 아이팟을 출시했다. 아이팟 클래식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아이팟 터치가 나오고, 아이폰이 등장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아이팟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왜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을 이처럼 빨리 세상에 등장시키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사회적 가치 운운하더라도, 어찌되었건 기업의 1차 목적은 이윤 창출이기 때문이다.

아이팟 클래식
아이팟 클래식

애플사의 30년간 기업 시가총액 그래프를 살펴보면, 1988년 0달러에 불과하던 시가총액 그래프는 불과 30년 만에 1조 달러(1,000billions of dollars) 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IT산업의 과도기였던 198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도 별다른 성장을 일궈내지 못한 애플은,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향후 15년 사이 엄청난 성장을 일궈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티브 잡스 본인이 갖고 있었던 가치의 전환점이 아닌가 조심스레 유추해보게 되었다.

애플의 시가총액 그래프
애플의 시가총액 그래프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스티브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축사 영상은 유명하다. 친한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인즉슨,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기 전 이미 몸에 암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는 기업의 이윤창출이나 자기자본증식과 같은 복잡한 일들에 연연하기보다는, 죽음 앞에 섰을 때 자신에게 중요한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면서 "이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신념도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어떤 일에서든지 걱정도 별로 안하고 산다. 단순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사는 편이다. 그러다 산부인과에서 첫째 아들의 심장소리를 들은 날, 처음으로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할 줄 모르고 옹알이만 하는 아들이 앙앙거리며 울 때는, 아들의 눈물만 봐도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사실에 하루하루가 감동스러웠다.

죽음이란 삶의 양면성과 같다는 둥, 죽음은 삶과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둥 좋은 말들이 많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말들이라도, 사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다. 그런데 아들의 심장소리를 듣고 난 뒤, 나는 죽음에 대해서 아주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해왔다.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가족과 영원히 이별한다는 것,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 아들의 손을 잡고 소풍을 가거나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일이 영원히 추억 속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곤 했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로부터의 영원한 이별,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온 마음을 쓰고자 다짐했다. 어쩌면 하루하루가 감사로 가득한 날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글을 쓰는 것, 나아가 책을 쓰는 것은 나에게 있어 아들의 심장소리를 듣는 것과 같았다. 너무 귀하고 아름다운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5번씩, 7번씩 퇴고하고, 책은 20번 이상 퇴고했다. 하나의 칼럼,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하나의 완성된 글이 될 때, 책으로 출간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곤 한다.

글을 쓰거나 칼럼을 쓰는 일 뿐만 아니라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사업은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소리를 매일 마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듯, 소망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는 비즈니스 세계 속에서, 매순간 역동적인 일들을 만나고, 만들어가는 것의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고 느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에서 끝나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결국 그런 삶의 과정들 속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는 것이다.

◇가치의 재발견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그리고 나와는 직접적인 연관관계도 없는 사람이지만, 스티브 잡스에게 비즈니스란 "삶에서 남겨둬야 할 만한 무엇"이 아니었을까. 얼마나 위대한 가치인가? 가치를 높이는 비결은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 그래서 거기에 온 마음을 쏟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마치 엄마 뱃속의 아이에게서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그래서 새로운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을 느낄 때,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인가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가치 있는 것을 키워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고, 이를 비즈니스에 풀어냈으며, 이는 곧 전 세계 사람들로 하여금 애플의 모든 신제품에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최상의 협상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가치를 높이는 비결을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전문성 : 전문성은 벌레나 곤충들에게 최적화된 단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멀티태스킹 시대가 된 지 오래다. 한 가지 일만 잘한다고 해서 협상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서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을 찾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전문성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전문성은 전부일 수도 있다.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나만의 비전 :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는 확신, 세밀한 부분까지 꿰뚫을 수 있는 정보와 전문성, 가치관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 혹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 알고 있으며 신뢰를 갖고 있다. 그들의 지식과 정보가 최신식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을 통해 가장 객관적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을 바라볼 수 있다. 나만의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일희일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장 낮은 일을 할 것 : 무슨 일에서든지 가장 낮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사람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겸비함과 겸손은 모든 협상의 기본이다. 자신의 이익보다 상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맺어지는 관계는 일반적인 협상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다양한 니즈와 가치관을 추구하는 협상관계에서, 불편하고 어려운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즐거움으로 관계를 맺도록 도와준다.

◇사교성 :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상을 시도하고 대화를 한다. 당근마켓에서, KAIST 고액기부금 현장에서, 심지어 온라인 무료 나눔 장터에서 간절히 협상을 시도하고 대화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스티브 잡스나 앤디 워홀. 칼 라커벨트가 사교적이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교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상황에 맞는 접근법을 구상하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데도,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세밀하게 구상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도, 사교성을 무기로 내새워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면 경쟁의 어려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협상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도리와 개념만 충족된다면 어느 정도는 무리 없이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simple한 것과 basic한 것을 좋아한다. 단순하고 기본적인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까다롭거나 냉소적이거나 거만한 사람이라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글/사진=전준우 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