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일곱 번째 김강윤 소방관의 수상구조 교관에 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그 일곱 번째 이야기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부산 기장 소방서 구조대 소속 김강윤 소방관의 수상구조 교관에 대한 이야기인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 (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지난 2월 중순 그러니까 대구지역에서 코로나가 급격하게 퍼지기 일주일 전쯤에 나는 부산소방학교에서 수상구조사라는 교육과정의 외래강사로 초빙되어 동료 소방관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그 교육은 해경에서 주관하는 국가 자격시험인 수상구조사 평가에 필요한 이론과 실기를 습득하는 2주간의 부산소방학교 전문교육과정이다.

3년 전 나 역시 같은 과정의 교육을 받고 그해 수상구조사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와 유사한 수난 구조 관련 분야에 지속해서 인연을 두고 지내오다 보니 소방서 출동 부서(구조대)에 근무하면서도 가끔 소방학교나 외부기관으로 강의를 나가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수난 구조 관련 분야에 있어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그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영광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바라봐 주는 교육생들을 만나는 일 역시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며 그런 기분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미묘하고도 특별한 감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교육받은 소방 교육생들(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어쩌면 수년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강사(소방학교에서는 교관이라고 한다)와 구조현장의 일을 병행하면서 때론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적어도 내가 이런 일을 좋아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느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내가 남을 가르치는 무슨 대단한 지식과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수난 구조 분야에 스스로 흥미를 느껴 더 알아보고, 경험해보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내 것을 만드는 과정을 남들보다는 약간 더 겪어보았기에 그러한 경험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부끄럽지만 최소한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은 익혔다고 생각되어 남 앞에 서서 교육이라는 거창한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같다.

내가 이렇게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이 분야에 몰두를 해보고자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다. 2011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부산소방학교의 현장 교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떠한 계기로 레스큐 스위머 강사 과정(Rescue Swimmer Instructor)이라는 교육에 교육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미국의 수상구조 전문가 3명을 초빙하여 3주간 선진화된 이론과 기술을 배울 기회가 되었는데 이때 책임교수인 ‘조지프 마크리’ 교수의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감동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함께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 시범을 보이고 야간 수영에 헬리콥터 구조까지 진행해 나가는 그의 교육 열정에 감동하였으며 또 영문 하나하나를 화이트보드에 정자로 적어가며 세밀하게 강의하는 모습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구를 끓어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조지프 마크리 교수와 필자(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영어로 강의를 했지만, 교육생들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수난 구조와 관련된 이슈에 관한 토론을 메일로 주고받기도 하고 때론 내 삶의 멘토의 역할을 해주고도 있으니 나에게는 그야말로 은인이라 할 수 있는 분이다. 그때부터 나는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여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 마음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만사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겠는가? 마크리 교수와의 인연 이후 나는 그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설 뿐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있어 기본적인 지식이나 이론적 배경이 전무하였기에 실패를 거듭했다.

잘못된 정보를 교육생들에게 전달하여 교육 후 수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당장 내일 교육할 내용이 정리가 안 되어 밤새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다음날 교육을 망친 경우도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많은 교육생이 보는 앞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에 좌절할 법도 한데 낯짝이 두꺼운지 다음에는 더 잘 가르쳐 보리라며 애써 스스로 위로하며 심기일전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파듯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인터넷으로 인기 강사들의 강연 동영상을 보며 재미있는 멘트를 기억했다가 써먹어 보기도 하고 그들의 말투나 강의 기술을 모방해보기도 했다.

교육학을 전공하신 대학교수님과 강의에 대한 상담도 해보았고 특히 교육할 내용을 내가 100%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분야 전문가를 수소문하여 전화로 물어보기도 하고 때론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시절의 나는 남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고 특히 강의라는 분야에 한번 승부를 걸어보고자 하는 열정 또한 컸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의가 조금씩 수월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고 최소한 자신감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을 마크리 교수님과 공유하며 그이 피드백을 받기도 하였다.

가르친다는 것에 있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경험이었는데 내 몸으로 체득하지 못한 분야를 남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크리 교수님에게 배운 수상구조 분야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수중 분야 즉 스쿠버는 UDT 시절 배웠던 군대 기술만 몸에 익숙해져 있었고 소방관이 된 후 스쿠버 강사 자격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취미 수준이었다.

실제 구조현장에서 필요한 수중구조에 관한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분야였기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어느 날 동료가 나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전문가를 소개해 주었다.

그분이 바로 국내 테크니컬 다이빙의 전설적 인물이신 한정민 트레이너다. 나와 같은 소방관이신 이분에게 나는 테크니컬 다이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존의 스쿠버에 대한 잘못된 나의 인식을 모두 바꾸어 주었으며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보여주셨다.

한정민 트레이너와 동료들(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앞서 얘기한 마크리 교수님이 수상구조 분야의 나의 멘토라면 한정민 트레이너는 수중구조 분야에 있어 나의 멘토이시다. 한정민 트레이너 역시 단순히 스쿠버에 관한 분야만 아니라 인생의 멘토로서 생각을 함께 나누며 내가 다른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소양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다.

두 분 모두 한 분야의 장인(匠人)이 되기 위해 쏟아부은 열정과 노력이 얼마나 큰가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지난 시간 어설픈 나의 노력에 반성하며 이 두 사람을 닮아가기로 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열정’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있어 열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멘토가 나를 가르칠 때 그 열정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하나가 될 정로도 몰입되는 강의, 불같은 열정이 수반되는 진심 어린 교육이 내가 본 두 사람의 교육 스타일이었다.

두 분의 교육을 받으며 나는 강사가 알고 있는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 분야에 쏟아부은 열정까지 나눠주려고 할 때 교육생은 강사의 교육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두 멘토의 열정을 오롯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수년이 흐른 지금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는 바로 이 순간 그 노력이 조금은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된다.

사람이 죽고 사는 구조현장에서 내가 교육생에게 가르친 그 무엇이 한 번이라도 발휘되어 주기만 한다면 가르친 나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기쁠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 현장의 괴리는 늘 있는 법이고 그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하는 것은 가르치는 자들의 몫이다.

동굴사고 구조교육 중(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다만 교육이라는 것이 긴박한 구조현장에서 구조 대원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고 요 구조자를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어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정해진 매뉴얼을 제공하여 일상적 훈련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여 결국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 숭고한 일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말은 교육의 효과는 현장에서는 보잘것없다며 애써 깎아내리는 이들이 있기에 그들이 언젠가 가르치는 자들의 열정을 한 번만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2월, 2주 동안 수영장에서 수상구조사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생들에게 때론 가혹하게 실습교육을 하였는데 속으로 내가 가르치는 이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을 스스로 갖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열정이 이들에게는 나만의 욕심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우려도 되었다. 그런데 교육 마지막 날 교육생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많은 교육생이 내가 전달해 준 교육내용에 만족하고 또 강사(교관)로서의 나를 높게 평가해 주어 가슴을 쓸어내림과 동시에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가르치는 자들과 배우는 자들이 가슴으로 교감을 느낄 수 있었고 훗날 그들이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면 가르친 나로서는 더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은 나도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내가 가진 철학을 함께 나눌 그런 기회를 얻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조심히 가져본다. 여전히 나는 부족하고 아직 배울 것이 더 많기에 민망한 바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열정이 나에게는 늘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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