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宣言)

미식축구 NFL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쿼터백으로 평가받는 톰 브래디. 소속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18시즌 동안, 16번의 디비전 우승, 13번의 챔피언십 진출, 그리고 9번의 슈퍼볼 진출과 역대 최고인 6번의 슈퍼볼 우승의 위치에 올려놓은 전설적인 선수다. 개인적인 수상도 상상을 초월한다. NFL의 역사에 있어 위대한 선수로 추앙받는 조 몬태나와 테리 브래드쇼를 넘어서는 슈퍼볼 역대 최다 우승을 했고, 슈퍼볼 역대 최다 우승 쿼터백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으며, 슈퍼볼 MVP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인 4번의 슈퍼볼 MVP도 수상했다. 프로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에서 그것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에서 이룬 그의 전인미답의 기록들은 향후 깨지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NF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톰브래디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화려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는 전체 7라운드 중 6라운드 199위로 지명을 받았다. 말 그대로 턱걸이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그는 6라운드까지 자신의 이름이 지명되지 않자 너무 화가 나서 야구 배트를 들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지명이 거의 끝에서 이루어질 만도 한 것이 그는 대학선수 시절 그다지 화려한 경력을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치고는 지나치게 마른 몸매에다가 미식축구 선수에겐 필수적인 운동능력인 40m 대시(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기)와 버티컬(수직) 점프 테스트인 Scout Combine에서 저조한 기록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그의 말과 행동이다. 그는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뉴 잉글랜드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에게 “나를 선택한 것은 당신 인생의 최고의 선택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그는 홈 구단 바로 옆에 자신이 살 집을 사들였다. 당시 뉴잉글랜드 팀에는 브래디와 같은 포지션의 선수가 3명이나 있었는데 3명 모두 브래디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그런 사실로 비춰봤을 때 브래디 같은 신인선수는 지명이 되었다 해도 다른 팀으로 팔려 가거나 프로 무대에 데뷔도 하기 전에 사라지기 일쑤였다.

톰브래디
톰브래디

그런데 간당간당(?)하게 갓 입단한 신인이 구단주에게 전체 1순위 픽(Pick) 된 선수가 할 만한 말을 하고, 평생 팀에 머무를 것처럼 홈 구단 근처에 집을 사들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2년 차 때부터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팀을 NFL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그의 입단 초 ‘선언’은 지금도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과연 무슨 자신감과 근거로 그런 말을 했을까? 짐작하건대 그는 분명히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 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언을 지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인내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자칫 프로팀에 지명받지 못할뻔한 자신을 불러 준 뉴잉글랜드 팀과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한 실행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의 힘은 크고 무섭다. 마음속의 신념을 세상에 공표(公表)함으로써 그 신념을 이루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사활을 건 자신과의 한판 대결을 시작하는 것이다. 될까 말까 하는 망설임과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며 사는 것보다, 자신을 믿고 타인에게 당당히 자기 생각을 말함으로써 그런 각오와 다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동을 한다. 그것은 선언이며 또 선언은 절대 깰 수 없는 약속이기도 하고,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언은 어디까지나 신중해야 한다. 브래디의 선언이 허언에 가깝게 들릴지라도 그는 분명히 선언을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당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뱉어낸 말을 주워 담지 못하고 아무런 실행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되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신뢰를 망치고 장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타인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선언을 이룰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또한 근거를 실행할 수 있는 놀라운 끈기와 실력을 겸해야 할 것이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개인이나 조직이 나름의 선언을 한다. 들려오는 선언은 모두 간절하고 희망적이다. 선언은 용기를 수반해야 한다.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아야 하며 선언을 들은 사람들은 결과에 이룰 수 있도록 함께 돕고 힘을 북돋아야 할 것이다. 다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나 일구이언(一口二言)이 되지 않아야 한다. 톰 브래디가 자신의 선언에 큰 노력을 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말은 행동에 이르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지, 결과 그 자체를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세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우리. 당찬 선언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 선언을 지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승부를 지금부터 펼쳐야 한다. 새로운 한 해. 우리의 당당한 선언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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