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의 필요

정해진 대로 산다. 세상에 태어나 정해진 인큐베이터 안에서 똑같이 만들어진 예방주사를 맞고 정해진 대로 받아먹으며 정해진 기간 머물다가 엄마 품에 안긴다. 정해진 나이가 되면 유치원에 간다. 정해진 시간대로 배우고 말한다. 정해진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그렇게 6년이 지나면 정해진 중학교 3년 다시 정해진 고등학교 3년을 거쳐야 한다. 그 후에 정해진 것을 벗어나는가 싶지만, 다시, 정해진 사회가 기다린다. 사회라는 곳은 국가가 정해놓은 거대한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일상의 집합체이다.

?정해진 것이 나쁘다거나 잘못된 거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인류가 무리를 형성하고 살아온 역사가 결국 이렇게 정해진 무언가를 구축해나가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정형화된 틀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대로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보건데 성장과 발전은 정해진 곳에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탈'이 필요하다.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갇힌 곳을 잠시 벗어나 보면 또 다른 무한함이 보이는 법이다. 보이는 것이 다르고, 느껴지는 것이 다른 새로운 세계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고, 미래를 장담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모험해야 하고 감수해야 한다. 일탈은 나쁘거나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단어가 주는 어감이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정해진' 것에 너무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인간이 여행을 즐기는 이유가 그렇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정해진 장소와 시간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의 일탈을 즐기고 싶은 마음. 적당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생(生)이 그런 거 같다. 편안함과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은 두려운 또 다른 공간에서의 일탈은 살아있음을 기쁘게 알게 해주고 내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하고 지나간 날을 성찰하기도 한다. 목숨을 걸만한 거창한 대모험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일탈은 충분히 해봄 직하다. 자로 잰 듯 만들어진 길을 걷기 보다는 꾸불꾸불한 다른 길을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운동으로 치자면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르는 자극을 주어 근섬유를 일부러 찢어야 하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상처받은 근육은 스스로 치유하며 더 큰 근육으로 성장하고 신체적 능력을 강화하여 자신감을 심어주며 심신의 방어력을 발달시킨다. 새로운 성장을 위해 당장 자극이 필요한 이유이다.?

수중동굴

?작년 3월에 멕시코 칸쿤이라는 곳에 널려있는 수중동굴을 가려고 계획했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정해진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절차도 복잡했지만 (직장을 보름 넘게 떠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 모험이 나의 성장을 위한 일탈이었다.

이 값비싼 일탈은 분명 나를 또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고 내 몸과 마음을 더욱 성장시켜 줄 거라 굳게 믿었다. 비록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계획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간은 지나 결국 나의 일탈은 다시 시작할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작든, 크든, 일상의 일탈은 무거운 덤벨을 들 때처럼 내 삶의 근육에 상처를 주고 상처는 다시 아물며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당신의 일탈은 무엇인가? 진짜는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벗어남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삶의 근육을 가끔 찢어 지금의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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