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글로벌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동안 구글, 애플, 삼성 등에 비해 위상이 많이 추락했던 적이 있다. 윈도 같은 소프트웨어 판매에만 집중하다 보니 거대한 모바일 시장을 놓친 탓이 컸다. ms 이사회는 침체된 조직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새로운 ceo를 선임하게 된다. 그가 바로 인도 출신 '사티아 나델라'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뒤를 이어 ms의 3대 ceo에 오른 그는 조직의 실적 부진의 원인을 앞서 말한 외적인 부분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에 있다고 판단하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 변화를 유도한다.

ms는 매우 경쟁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타인을 밟고 올라서야 인정받는 분위기다. ms의 아시아 리전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소영 이사는 자신의 십 년 후배가 그것도 자기에게 일을 배우며 회사일을 시작한 사람이 어느 날 상사로 임명되는 모습을 보고 심한 자존감의 상처를 받았다고 어느 강연에서 말했다. ms가 얼마나 성과 위주의 내부 경쟁에 몰두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이런 무분별하고 심각한 조직원들 간의 경쟁의식을 고쳐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델라는 ms의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화두를 던진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당신은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

이 말을 들은 ms 임직원들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살아남아야만 인정받는 조직 문화에 익숙한 그들은 타인의 성공은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공이 곧 조직의 성공이라고 믿었던 직원들은 이러한 나델라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델라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스스로의 성공 못지않게 타인의 성공도 존중하고 더 나아가 서로 도와야 한다고. 그것이 조직이 더 크게 발전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며 또한 각자의 자아를 실현하는 필수적인 삶의 요소임을 적극적으로 말했다.

결국 나델라의 말대로 내부 경쟁보다 타인의 발전과 성공을 염두에 두고 업무환경을 변화시킨 ms는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데 성공한다. 소위 빅 5로 불리는 글로벌 거대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다시 올리고 주가가 무려 60%나 치솟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과연 나델라는 무엇을 노리고 이러한 화두를 조직원들에 던진 것일까?

팀워크. 바로 그것이다. 개별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최종 결과는 팀의 구성원들의 합(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이다. 각자의 능력치가 적절하게 발현되고 그런 객체가 모여 이상적인 형태의 결과물이 탄생하며 최종적으로 유능한 리더의 판단으로 실행에 옮겨진다. 물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조직원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뛰어난 리더의 고뇌에 찬 결정이 때론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거대한 조직일수록 틈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개별 기능이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 성공과 성장이 이루어진다. 경쟁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의 경쟁은 그 자체로 충분히 발전을 담보하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쟁 자체가 과열되고 또 자신의 판단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우선된다면 팀워크가 깨지고 결국 최종 의사결정이 독단적으로 갈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도 결부된다. 남이 나보다 잘나면 나는 못해 보일 것이라는 관념은 구시대적이다. 나와 함께 속한 곳의 구성원들이 발전하고 서로의 시너지가 나타날 때 개인의 발전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혼자서 끌 수 없는 무거운 수레가 불어나는 강가에 있다면 사람들과 함께 끌고 나가서 수레에 실린 과일을 동등하게 나눌 일이지 혼자서 수레를 끌고 나가려다가 불어난 강물에 수레를 모두 잃는 것은 안될 일이다.

나 역시 소방이라는 조직에 14년 동안 몸담고 있고, 죽거나 그만두지 않는 한 나는 이 조직에서 남은 생을 다 보낼 것이다. 한동안 과도한 의욕으로 나의 지식과 육체의 발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이기적 마음을 나 역시 가지고 있었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나의 기준에 맞지 않는 다른 팀원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배척하기 일쑤였다. 때론 나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을 거란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팽배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었지만 수차례의 성찰을 거쳐 지금은 과거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나의 동료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고 이끄는 것이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그렇게 하려고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수난구조에 대한 나의 경험과 기술을 나누어 주고 있고 때론 실패 경험과 같은 부끄러운 기억까지 공유하며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연관된 조직 구성원들이 발전할 수 있는데 무언가 기여한다는 자부심은 나의 성공의 결과 못지않게 뿌듯한 경험임을 깊이 자각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따져보자면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공이 더 확실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조직에 몸담고 있거나 수많은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비즈니스를 하는 현대인들은 타인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임을 알아야 한다. 나의 성공은 타인과의 관계 안에 이루어 지며 또한 타인의 성공 역시 나의 시선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헤아리길 바란다. 배워서 남 주자는 어느 성공자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겪어보길 또한 바란다.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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