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알바 중심 고용성장'…정부 해명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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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알바 중심 고용성장'…정부 해명에 대한 반론
  • 스타트업엔(StartupN)
  • 승인 2020.02.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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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가 통계청 데이터를 활용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방식의 '전일제 근로시간환산 고용률'을 산출한 결과 올 1월 고용률은 '역대 최대'란 통계청 발표와 크게 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3포인트(p)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전일제 근로시간환산(Full-Time Equivalent; FTE) 고용률이 이처럼 통계청 고용률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 이유는, 현재의 고용 개선 흐름이 주로 17시간 이하 초단시간 근로자 증가에 기인하고 있는 까닭이다. FTE 고용률은 이같은 거품효과를 걷어내고 고용흐름을 볼 수 있는 지표다.

FTE 고용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 또 단시간 근로 위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정부 고용정책에 대한 주요한 비판지점이다. 그간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과 고용노동부의 해명자료 등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이에 대해 그동안 몇가지 일정한 해명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정부의 해명을 반박한다.

◇첫째: FTE고용률 높은 편이다?…"국가간 단순비교는 어려운 지표"

정부의 첫번째 해명은 OECD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FTE 고용률은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TE 고용률은 국가간 단순 비교가 어렵고, 한 국가 내의 시계열 비교에 적합한 지표라고 말한다. 이는 국가마다 노동생산성과 산업구조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근로문화가 비효율적이거나 저부가가치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는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매우 길다. 이 나라가 고도의 기술력과 적당한 휴식시간을 갖춘 나라보다 '고용상황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자가 FTE 고용률은 높게 나타날 수가 있다. 실제로 FTE 고용률 중상위권인 국가들 중에는 멕시코·체코·한국처럼 노동생산성(OECD 2012년 기준 비교)이 낮은 국가들도 있다.

특히 멕시코는 2012년 기준 FTE 고용률이 65.6%(OECD 자료, 전체성별)로 OECD 평균 61.4%을 크게 상회했으며 OECD 전체에서는 7등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노동생산성(OECD, 근로시간 당 GDP)은 전체 꼴찌였다. FTE 고용률이 높은 편인 우리나라도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이다.

FTE 고용률은 국가간 단순비교하는 데는 한계 있는 셈이다. 다만 한 국가 안에서는 노동 생산성이 단기간에 급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시간 흐름에 따른 노동수요 변화를 파악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박기성 교수는 "국가마다 고용의 질이 다르기때문에 FTE 고용률은 국가간 비교보다 국내 시계열 비교가 더 적합한 지표"라며 "가령 농경국가는 농촌 텃밭에 있으면 취업자가 되니까 고용률이 높다. 농경국가와 산업국가의 FTE고용률을 단순 비교하는 게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둘째: 선진국의 특징?…선진국에서도 욕먹기는 마찬가지

정부의 둘째 해명은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보다 단시간 알바의 비중이 더 높은 나라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는 단시간 근로 위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와 독일은 2018년 기준 30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각각 37.3%, 22.0%로 우리나라 12.2%보다 월등히 높다. 이들이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라는 점을 봤을 때 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 자체는 문제가 안 되는 건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독일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국가들의 상황은 정부의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정부의 해명이 무색하게 독일과 네덜란드 두 나라에서도 단시간 근로 증가 추세는 찬반이 대립하는 첨예한 주제다. 특히 독일에서는 노동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에서 단시간 근로 추세를 찬성하는 쪽은 대개 값싼 노동을 선호하는 경영자 측이고,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반대 입장에 가깝다.

정부가 내세운 선진국 사례에 비춰보면 지금 정부는 그저 마땅한 비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포용 성장'을 기치로 내세운 정부가 시간제 근로를 옹호하는 상황이 모순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도입 10년, 미니잡에 대한 평가와 전망: 독일 내 정책옹호자연합별 담론들' 보고서는 "독일 내 미니잡(정책적으로 장려된 단시간 근로)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대체로 이것이 남녀차별을 고취하고, 고령자들의 빈곤을 조장하며, 정규직으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로 독일의 공론장에서는 미니잡 비판론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옹호론은 친자본적 싱크탱크와 이익단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일자리 상황은 독일과는 조금 다르지만 유럽 내에서 비슷한 맥락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여성이 파트타임 근로를 하면 남성들보다 임금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녀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네덜란드 파트타임 정책에 비판적"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선진국은 복지병·노동경직성·재정적자 해소 전략…한국은 '정반대'

'선진국도 단시간 알바 비중이 높다'는 정부 해명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단시간 일자리의 이로운 점에만 집중해본다 해도 두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단시간 일자리가 도입된 이유와 그 기능이 정반대다.

먼저 네덜란드에서 단시간 근로가 장려된 맥락은 '복지병'과 '노동 경직성',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협상이자 노동개혁이었다.

한국정치학회보에 2004년 게재된 '네덜란드 모델의 성과와 한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1980년대 초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잉복지가 경제활력을 짓누르는 소위 '네덜란드 병'을 앓았다. 당시는 GDP와 고용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사간에 '바세나르 협약'이 체결됐는데, 노조 측에서 임금 동결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양보하는 대신 사용자 측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양보하는 교환이 그 핵심 중 하나였다. 노조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당하는 것보다 다 같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기에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실업자가 단시간 근로라도 하게 될 경우 실업수당을 줄 사람이 적어지니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어 이득이었다. 네덜란드는 이 개혁을 통해 1990년대부터 유럽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회복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 낮은 경제성장률·높은 실업률·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중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미니잡(mini job)'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게 된다.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하르츠(당시 독일의 노동시장개혁위원장)는 폭스바겐 이사 출신이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미니잡'을 본 것"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장기불황 상황에서 임금 상승을 양보하는 대신 노동생활의 질을 올리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혁의 결과 고용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고용 유연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지난 2년간 폭증한 '단시간 알바'는 재정적자를 오히려 악화시켰고, 노동 경직성 해소와도 무관했다는 지적이다.

먼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마이크로데이터 자체분석)를 통해 2019년 17시간 이하 취업자 증가폭에서 각 업종별 기여율을 보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이 각각 21%와 12%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 산업군은 정부의 직접고용 일자리가 집중됐던 분야다. 정부는 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2018~2019년간 4조원 가까이 쏟아부어 재정적자 악화를 부추겼다. 일자리를 통해 재정적자를 해소하기는커녕 일자리 자체가 재정적자인 셈이다. 정부가 직접 만들었으니 기업들의 고용 유연화와도 무관하다.

그 다음으로 큰 기여율을 차지한 업종은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이 각각 22%와 1%씩이다. 이 업종들은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에 따라 ‘일자리 쪼개기’가 대거 벌어졌던 분야다. 업주들이 임금부담을 줄이려고 멀쩡한 일자리를 몇 개로 쪼개면서 생긴 저질 일자리들이다.

네덜란드·독일 등이 단시간 근로 확대를 통해 고용 유연성을 키우고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한국은 단시간 알바가 폭증하는 기간에 고용 유연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다보스포럼(WEF)의 '2019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항목은 네덜란드가 12위, 독일이 18위이지만 한국은 97위로 매우 낮다. 한국의 '고용/해고 유연성' 항목은 2019년이 전년에 비해 87위에서 102위로 더 나빠졌다.

'선진국도 단시간 근로 비중이 높다'는 정부의 해명은 이처럼 겉모습만 닮았을 뿐 본질은 정반대인 현상을 가져와 정부 실책을 덮으려 한 '아전인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단시간 근로자 증가 추세는 현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맥락은 완전히 반대"라며 "우리나라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숫자를 보완하기 위해 단기일자리를 재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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