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해수욕장 안전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세상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집 안에만 머무르며 질병의 위험이 지나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제는 각고의 노력으로 조금씩 빛이 보이는 듯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여름에는 많은 사람이 피서를 즐기기 위해 바다나 강, 계곡이나 하천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에서도 바다는 늘 많은 사람이 찾는다. 해운대, 광안리 등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는 대도시 부산을 지키는 소방관들은 벌써 수십 년째 바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올해도 해수욕장에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119 구조대원들의 노력과 함께 관련 기관과 민간 구조대원들의 힘까지 합쳐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이미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직접 바다를 찾는 시민들 스스로 가져야 할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바다의 파도는 즐거움도 주지만 위험한 상황도 발생시킨다. 각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수칙에 관한 내용을 알아 놓는다면 더욱더 즐거운 피서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되어 몇 가지 사항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바다의 파도는 즐거움도 주지만 위험한 상황도 발생시킨다.(사진=오기섭 소방장)

첫째, 파도를 조심해야 한다.

하얗게 부서지며 해변으로 몰아치는 파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준다. 그 속에 몸을 맡기면 몸을 적시는 시원함과 함께 짜릿한 스릴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파도의 힘은 의외로 강하다. 먼바다에서 너울이라는 형태로 육지로 몰려오는 바닷물은 수심이 얕아지는 해변에서는 중력의 힘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낙차가 크면 클수록 강한 파도가 형성되며 해안가로 밀려드는데, 이때 위험한 것은 물의 힘이다.

성인 남자가 서서 버티기 힘들만큼의 크고 강한 파도가 연신 몰아쳐 얼굴을 덮친다. 거기에 물까지 먹게 된다면 순간 당황하게 될 것이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을 것이고 그러면 중심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먼바다로 빠져나가는 썰물에 휩쓸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파도에 몸을 정면으로 부딪치지 말고 옆으로 서서 파도를 가르거나 파도 속으로 숨을 참고 잠시 들어간 뒤 다시 일어서는 등의 방법으로 파도를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둘째, 통제라인을 벗어나지 말자.

국내 유명 해수욕장은 거의 더 깊은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통제 부표를 물 위에 뛰어놓았다. 바다는 민물과 다르게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 물을 깊이가 일정하지 않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매년 2월경 해저 굴곡 지 조사를 통해 시간대별로 수심의 차이를 조사하여 여름철 해수욕장 개장에 대비한다. 그런 조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대 수심 약 1.5m~1.8.m의 거리에 통제 부표를 설치하여 입욕객들이 그 이상은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가끔 이 라인을 벗어나는 입욕객들이 있는데 수상구조 요원이 즉시 제지할 수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다만 이런 깊이는 성인을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영유아의 경우 반드시 신체의 부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별도의 부력 장비를 몸에 착용해야 한다. 가장 구하기 쉽고 흔한 것은 물놀이 튜브인데 튜브는 부력이 좋은 대신 어린아이의 몸이 튜브에서 빠져버릴 수도 있다.

어린이용 라이프 자켓
어린이용 라이프 자켓

가장 좋은 것은 몸에 착용하는 라이프 재킷이다. 최근에는 깔끔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의 물놀이용 라이프 재킷이 상용화되어 판매되고 있으니 자녀들에게는 반드시 이런 부력 장비를 착용시키고 바다를 찾길 바란다.

셋째, 해양생물이다.

사실 해수욕장에서의 해양생물은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 그리 많은 종도 없을뿐더러 사람이 많으므로 잘 접근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위험생물로는 해파리가 있다. 해파리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성질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에 가장 조심해야 할 종을 소개하자면 ‘노무라입깃해파리’다. 이 해파리는 크기가 1m에 달하는 거대한 해파리인데 독성이 강하여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노무라입깃 해파리(사진=오기섭 소방장)
노무라입깃 해파리(사진=오기섭 소방장)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제주도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2020년에는 제주도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쏘이면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발진, 부종 같은 초기 증상을 시작으로 근육 마비, 호흡곤란 같은 중증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쏘였다면 즉시 근처에 있는 수상구조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작은 부레관 해파리’라는 종도 있는데 이 종은 작고 화려하게 생겨 호기심에 만지기 쉽다. 하지만 외모(?)에 속아서는 안 된다. 쏘이게 되면 통증과 함께 자칫하면 심장이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런 해파리를 피하는 방법은 될 수 있는 대로 깊은 수심(자기 키 이상)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 수중생물의 특성상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으로 올 가능성은 극히 작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나가서 수심이 깊어지는 곳에는 종종 출현하기도 한다.

작은 부레관 해파리(사진=오기섭 소방장)
작은 부레관 해파리(사진=오기섭 소방장)

위에 언급된 해파리 외에도 다양한 해파리가 있으나 대게는 쏘여도 가벼운 통증 외에는 증상이 없으니 크게 겁낼 필요는 없다. 다만 심한 통증, 호흡곤란, 심장이상 등 중증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점점 더워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해운대 해수욕장은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코로나가 사그라들고 백신 접종자가 많아질수록 밖으로 나가 그간에 답답한 마음을 바다와 같은 자연에서 풀 거라 생각된다.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바다로 뛰어들지 말고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러저러한 위험요소와 대처방법을 미리 알아놓으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피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수상구조대원들도 여름철 해수욕장 안전을 위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내 갈 것을 다짐한다.

글/사진 오기섭 소방장
글/사진 오기섭 소방장

 

저작권자 © 스타트업엔(Startup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