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이경택 대표의 장사에 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3대째 광장시장에서 한복 원단을 판매하고 있는 광명상회 이경택 대표의 장사와 가업에 대한 이야기인 '전통시장에서 삼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상인으로 사는 법'이다.

광명상회 이경택 대표
광명상회 이경택 대표

한복 원단은 크게 본견과 화섬 두 가지로 나뉜다.

본견은 말 그대로 비단 명주처럼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원단을 짜는 것이고, 화섬은 폴리에스테르 실 즉 화학 실로 원단을 제직하는 것을 말한다. 본견은 천연섬유, 화섬은 화학섬유를 말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화섬 원단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예전에는 더욱 심했고 지금도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본견을 하시는 분들이 화섬을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필자가 장사하고 있는 광장시장 내 '광명상회'
필자가 장사하고 있는 광장시장 내 '광명상회'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주위에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가업을 이어간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자랑 거리가 아니었다. 28살에 독립해서 매장을 차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부모 덕에 쉽게 장사를 시작한다는 시기 질투가 굉장히 많았고, 사실 내가 봐도 주위에 가업을 이어서 유지하는 곳이 많지가 않았다.

그리고 결과도 많은 2세 창업자들이 자기 관리 실패와 방만한 운영으로 도산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그런 이유로 어렵게 바닥부터 시작해서 고생고생해가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다른 많은 분들이 보기엔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또한 다른 분들보다 쉽게 시작한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보냈다. 2세 창업자들은 잘해야 본전이다. 잘해서 결과가 좋은 면, 그게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폄하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또한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야 한다.

18년째 매장을 운영하면서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신 분들에 비해 경륜이 짧다면, 짧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물건을 잘 만들었다 생각해서 막상 출시를 했지만 제작상에 불량으로 반품처리 되는 아픔도 겪어 보았고, 시장에 없던 새로운 물건으로 좋은 반응과 판매를 올리는 중에 수많은 카피 상품으로 마음고생도 한 적도 많았다.

다양한 화섬 제품들

실 원사를 잘 개발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놨더니 실 공장 사장님이 이 실을 다른 경쟁업체에 팔아 버리는 일 등 수많은 일을 겪어 봤지만 꿋꿋이 일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신념, 우리의 전통 옷인 한복 관련 일을 한다는 신념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 업체는 대구에서 원단을 생산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제조업을 한다는 것,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들이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건비 상승, 기계설비 투자, 오래된 숙련공들의 자리 비움, 뒤를 잇겠다는 젊은이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복의 대중화와 일반화, 생활 한복으로의 진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있다. 요즘엔 젊은 디자이너들이 생활 한복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한 예이다. 우리 같은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요즘 코로나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도 큰 위험요소이다. 매출이 10/1로 수직 하강했고, 주위에 문을 닫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또한 제일 걱정인 것이 이곳에 종사하는 종업원분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필자 또한 고용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이라면 부탁은 한복에 대해서 불편하다 필요 없다가 아니라, 우리 전통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복업계의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 주십사 하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한복 관련 업을 하는 많은 분들 역시 대중성과 실리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 각광받는 생활 한복 등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입은 옷으로 화제가 된 일처럼 K-컬처의 한 축을 한복이 꼭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는 늘 그렇듯이 우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온 국민이 모두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자영업자분들 전통시장 상인들이 웃으며 장사할 수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

글/사진 이경택
글/사진 이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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