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씨엠 싱가포르 법인에 근무 중인 차재영 이사의 싱가포르 생활 이야기
첫 번째, 코로나19 사태 속 싱가포르 현지의 생생한 이야기

코로나 바이러스 혹은 COVID 19. 이 두 단어는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너무나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범유행(Pandemic)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경, 직장, 학교들이 폐쇄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머물기를 요구받고 있다. 여행객과 출장자들로 북적이던 공항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 해졌고 사람들도 북적이던 관광지와 쇼핑몰도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식당의 모습 (사진=싱가포르 차재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식당의 모습 (사진=싱가포르 차재영)

크고 작은 이벤트 및 축제, 심지어 결혼식 등의 개인적인 행사들도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겪는 전 세계적 재난에 모든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싱가포르도 예외는 아니다. 1월 23일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 수가 열 명 내외로 유지되던 것이 3월 중순 이후 지역 사회의 본격적인 확산과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장기 체류하던 싱가포르인들의 귀국이 시작되면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자를 막기 위해 3월 23일 23시 59분을 기점으로 모든 여행자의 싱가포르 입국 및 환승을 금지하였다. 동시에 기업의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지하철 (사진=싱가포르 차재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지하철 (사진=싱가포르 차재영)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자 싱가포르 정부는 4월 4일에 리셴룽 총리가 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의 긴급 조치를 직접 발표하였다.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로 불린 이 조치에 따라 4월 7일부터 국가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 즉 은행, 공공 기관, 물류, 식당, 마트 등을 제외한 일반 사업장은 4월 7일부터 그리고 학교는 4월 8일부터 5월 4일까지 폐쇄되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욱 강화하고 기존에 아픈 사람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던 방침을 변경하여 외출 시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무 증상자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현재는 외출 시 마스크 의무 착용, 가족 외에 외부인을 집에 초대하거나 야외에서의 만남이 금지되었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 시 레스토랑에 입장금지 안내문 (사진=싱가포르 차재영)
마스크 미착용 시 레스토랑에 입장금지 안내문 (사진=싱가포르 차재영)

지역 감염 및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자 수는 극적으로 줄었으나 주변 국가에서 건설 및 3D 산업의 노동을 위해 온 사람들의 집단 거주시설에서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4월 18 신규 확진자 942명(노동자 집단 거주시설 감염자 893명), 누적 확진자 5,992명, 사망자 11명을 기록했다.

리셴륭 총리는 4월 18일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케이스들에 대한 염려와 향후 며칠이 이번 사태의 해결에 중요한 고비가 될 것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사람의 협조를 당부하였다. 전 세계적 재난을 경험하면서 필자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 오차드의 지하 상가 모습, 서킷 브레이커 조치로 식당을 제외한 모든 상가들이 문을 닫았다.(사진=싱가포르 차재영)

그중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노출 및 이에 대한 치료 과정에서 발견된 양극화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싱가포르에서도 해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집단 거주 시설의 열악함이 바이러스 확산에 주요 원인이었으며,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계층은 바이러스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확진자 중에 저소득층 흑인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우수성과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했다. 부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글/사진 차재영
글/사진 차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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