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전준우 작가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배우론, 교육의 힘, 탁월한 책쓰기, 초성장 독서법, 하루 10분 부모연습 (가제 : 부모가 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집필한 '전준우' 작가의 아홉 번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인 '책 출간을 하며'이다.

◇책 출간을 하며

세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초성장 독서법』이다. 올해 쓴 책은 아니다. 올해는 새로 시작한 일이 바빠서 한 권도 마무리를 못했다. 작년 10월에 출간되었어야 했던 책인데, 출판사의 사정으로 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게다가 제목도 바뀌었다.

원제는 『초격차 독서법』이었는데, 초격차라는 단어와 독서법이라는 단어의 괴리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제목까지 『초성장 독서법』으로 바뀌었다. 독서법과 글쓰기에 관련한 원고를 하나 더 쓰고 있긴 하지만 책을 한 권 출간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만감이 교차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의 초고를 쓰는 데 걸린 시간은 두 달이었다. 꼬박 두 달이 걸려서 원고지 600장 분량의 초고를 만들었다. 책으로 말하자면 200페이지 분량이다. 하지만 퇴고에서 최종 탈고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개월에 가까웠다.

전준우 작가의 신간 초성장 독서법
전준우 작가의 신간 초성장 독서법 표지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공들여 퇴고를 하는 편이다. 조각조각 모인 자료들을 묶어서 문서화한 뒤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에 반복해서 퇴고한다. 일반적으로 1차 퇴고를 거칠 때 페이지마다 대략 30개 정도의 수정할 부분이 보인다. 3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퇴고한다고 한다면, 9,000번의 수정을 거친다는 말이다. 그 과정을 25번 반복한다고 생각해보라. 오후 2시에 책상에 앉아서 새벽 1시까지 퇴고를 거친 적도 있다. 몰입해서 퇴고를 반복하다 보면 으레 지독한 몸살이 찾아오곤 했다.

아는 사람은 많이 있어도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는 책이 있다. 율리시즈다. 책을 집필을 위해 7개의 단어를 써놓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를 위로하던 친구에게 “이 단어들을 어떤 순서대로 나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한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을 모르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한 번이라도 책을 써본 사람이라면 아래 예시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밥을 먹었다.
찬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그에게 밥은 생존에 불과했다.
허기를 채우느라 허겁지겁 먹었다.
고슬고슬한 밥을 보는 순간,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앞뒤 상황을 유추해보고 가장 적절한 문장을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어떤 게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문장인가?” 하는 고심을,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 기록하는 매 순간마다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에 출간되는 모든 책이 완벽할 수는 없다.

살면서 이루어놓은 업적과 달리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읽으나 마나 한 책을 출간한 사람들의 저서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그런 책을 만들지 않으려면 매 순간 고민해야 하는 게 맞다. 마음을 두드리는,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칠 만한 교훈과 충고를 던져주기 위해 당신이라면 어떤 문장을 선택하겠는가?

◇퇴고의 품격

책을 써서 출간하는 것은 마치 자식을 잉태하는 과정과 같다. 첫 책을 출간할 때 7번 퇴고했다. 두 번째 책은 15번 퇴고했고, 세 번째 책은 30번 넘게 퇴고했다.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담백하게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공들여 쓴 원고를 투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저희 출판사가 수백 건의 원고를 받지만 편집장이 직접 연락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번 기회에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의 사정으로 출간이 연기되는 동안 꾸준히 퇴고 작업을 했다. 퇴근 후 틈틈이 원고를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었다. 2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380페이지 분량으로 끌어올렸고, 매순간 퇴고할 때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세밀하게 가다듬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렇게 완성시킨 원고를 출판사에서 다시 200페이지 분량으로 줄였다.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두꺼운 책보다 얇고 가벼운 책으로 만들어 출간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었을 것이다.

책을 집필할 때는 일반적으로 5번 정도의 퇴고를 거치고 나면 더 이상의 퇴고점을 찾는 게 어렵다. 글쓴이의 수준 내에서 가장 완벽한 문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좋은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노력의 부족과는 상관이 없다. 글쓴이의 평소 독서 역량과 필력, 정보 수집량에 의한 경우인 가능성이 더 크다. 숱한 퇴고를 거친 책의 부실함을 두고 가타부타 이야기하기란 저자 입장에서는 꽤 껄끄러운 일이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책이란 것도 다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몇 장 읽다 보면 저자의 필력과 수준이 보인다. 그래서 책꽂이에 어떤 종류의 책이 꽂혀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깊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몇칠 전 중고서점에서 구매한 책이 있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선생님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1,2』였다.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어서 구매했다기보다는 믿고 보는 경제전문가였고,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따 보니 고객들과 이야기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구매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직장동료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이었다는 점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평소 잘 몰랐던 분야에 관련된 책이었기에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10년도 훨씬 전에 나온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깊이는 보통이 아니었다. 외과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상위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글은 깊이가 있었고, 탁월한 필력을 갖고 있었다.

이런 책을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개발서와 비교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 분야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이 다양한 기술적 분석과 논리로 무장한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영상에 익숙한 사람들의 감성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마음을 위로하는 식의 베스트셀러 책들과 비교하는 것은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전문성을 띠고 있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들이라야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만한 깊이가 나오지 않는다. 한정된 주제 안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만한 논리를 구상하려면 그에 합당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기개발서 이상의 뛰어난 전문서적을 집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글쓰기가 내게 주는 의미

그런데 글쓰기는 조금 다르다. 글쓰기는 책처럼 한정된 주제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퇴고를 거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을 완성된 사진집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글은 한 장 한 장의 사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글이라는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성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훌륭한 책을 쓰기 위해서는, 훌륭하게 글을 쓸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이다. 책은 글쓰기로 말미암는 것이지만, 오직 글을 쓰기 위한 노력으로 접근하면 책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꾸준히 쓰면 된다.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모아지면, 나중에 그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이 있다. 글은 쓰는 사람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양심이 뒷받침되어야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화려한 이론적 지식이나 정보는 한계가 있다. 글쓴이가 글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동안 반드시 글쓴이의 내면세계가 글에 스며들게 되어있다. 그래서 글쓴이는 꾸준히 자신의 내면을 성숙하게 연단시킬 수 있는 과정을 삶 속에 녹여두어야 한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이 있다. 잘 쓴 글은 왜 잘 썼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글씨체가 예쁘다.
자를 대고 쓴 것처럼 깔끔하다.

물론 이런 것도 잘 쓴 글이라고 이야기한다. 잘 쓴 글에 대한 이렇다 할 기준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쓴 글은 다음과 같다.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인간 본질에 대해 기록한 글이다.
깊은 관찰과 탐구를 토대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글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의 고차원적이고 논리적인 글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베니스의 상인』은 모두 인간 본질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평소에 책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읽다 보면 “잘 쓴 글이구나.”하는 느낌이 온다. 그것도 무척 잘 쓴 글이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책들이 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룬 책은 경영의 시초가 되며, 자기계발의 근간이 된다.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말콤 글래드웰의 신간 저서『타인의 해석』은 반나절만에 다 읽었지만, 논리적인 구성과 해박한 자료의 활용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빼곡하게 밑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체크해둘 정도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잘 쓴 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었다.

그런 책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글을 쓰는 능력이며 자세다. 나의 가치 기준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글의 수준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 꼭 몽블랑 만년필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나에게 글쓰기란 취미, 혹은 책을 쓰기 위한 과정 그 이상의 어떤 것이었다.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을 통해 심신을 단련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글쓰기는 내게 심신을 단련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최적의 글을 쓰기 위한 장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항상 조용한 장소를 선택하려 노력했다.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럼 책은 어떻게 쓰는 겁니까, 하고 물어오는 분들이 종종 있다. “저는 일기도 3줄밖에 못씁니다.”부터 시작해서 “한 페이지 쓰는 것도 힘든데 한 권을 어떻게 씁니까?”까지 다양하다. 한 편으론 우쭐해지는 듯싶다가도, 부족한 필력과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메마른 지식 때문에 더 이상 훌륭한 책을 쓰는 게 어렵다고 느껴져서 몹시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책을 출간해본 사람도 이런 생각을 갖고 산다. 두려워하지 마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책은 글을 엮은 것에 불과하다.

물론 책을 쓸 때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다음과 같다.

펜과 종이. 아, 나는 악필이라서 아이패드로 책을 쓴다.

글/사진 전준우 작가
글/사진 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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