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신년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첫 번째 김강윤 소방관의 스킨스쿠버 이야기

신년을 맞이하여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기획으로,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부산 기장소방서 구조대 소속의 김강윤 소방관의 스킨스쿠버 이야기인 '물속 여행'이다.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사진제공=김강윤 소방장)
바닷속 풍경 (사진제공=김강윤 소방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굳은 의지를 다지며 열심히 살아보겠노라고 새해 다짐을 하고 뜨는 해를 바라보며 올해는 반드시 이것만은 이루리라 하는 일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더러는 작심삼일이라며 맘먹은 일을 일찍이 포기하기도 하고 더러는 묵묵히 의지를 다지며 뜻한 바를 이루어 나가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야 있겠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과 늘 힘들게 돌아가는 팍팍한 세상살이가 새해 다짐을 무력화 시키는데 일조하는 듯하다.
 
직장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지겹고 힘들며 자영업을 하시는 사장님들은 휴일도 없이 이어지는 장사 일에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 하나 정도 현대인들은 가지고 있을 법도 하다.
퇴근 후 늦은 저녁 가까운 공원에서 배드민턴도 치며 건강을 다져보기도 하고, 늦었지만 하는 생각에도 악기 하나쯤 배우고 싶어 밴드 동아리에 열심히 나가 신나게 악기를 만져보기도 한다. 한가한 주말 오후 도서관에 앉아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맘껏 즐기며 사색에 잠기는 즐거움도 남부럽지 않은 취미이다. 일상은 지치고 힘들지만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나의 소중한 취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레저다. 지구의 70%는 물로 덮여 있다. 대부분이 바다이고, 강이나 호수 같은 내수면도 많다. 아름답고 신비한 산호초들 사이로 이름도 알 수 없는 물고기들 사이를 날아다니듯 즐기며 심연의 바닷속 난파선을 탐험하기도 한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부터 해온 십수 년을 즐겨온 나의 취미이다.

스쿠버장비를 착용한 김강윤 소방장 (사진=김강윤 소방장 제공)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스쿠버장비를 착용한 김강윤 소방관 (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스쿠버는 위 글과 같이 ‘수중 자가 호흡장치’라는 장비를 가지고 물속에서 숨을 쉬며, 물속 환경을 구경도 하고 탐험도 하고 즐기는 놀라운 레포츠이다. 통상 사람들은 스쿠버가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전혀 아니라고는 대답하기 힘들다. 혹여 전혀 위험하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하는 스쿠버 강사가 있다면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다만 충분히 안전하고 철저하게 확인된 교육시스템을 통해 배우고 정해진 계획에 따라 다이빙을 한다면 단연코 안전하고 즐거운 레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만 3만 명이 넘는 스쿠버 다이버들이 국내, 외의 물속 세상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바닷속 풍경 (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그럼 도대체 그 속에는 무엇이 그리 좋기에 들어가는 것일까?

먼저 아름다운 수중생물들이 있다.
세상에 있는 색깔로는 표현하지 못할 온갖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산호초들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나는 예전에 ‘니모를 찾아서’라는 영화를 딸과 함께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니모를 물속에서 실제로 보니 똑같이 생겼거니와 영화처럼 물고기가 말이라도 할듯하여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이 아름다운 색에 대한 ‘갬성’은 결코 물 밖에서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중력의 세계를 느끼게 된다. 파아아아아란... 아주 파래서 때론 시커멓기까지 한 물속에서 유유히 하늘을 날 듯 떠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우주를 떠다니며 여행하는 우주비행사와 같이 무중력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내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기의 버블 소리뿐 같이 들어간 다이버들과의 간단한 수신호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그 몽환의 세계를 돌아다닌다.

바닷속 풍경 (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바닷속 풍경 (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마지막으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다. 물속은 어쩌면 지구상에서 인간이 개척하지 못한(우주를 제외하고) 유일한 곳일 것이다. 까마득하게 드넓고 깊은 바닷속을 인간은 아직 1%로도 다 들어가 보지 못했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그 세상은 모험을 꿈꾸는 인간의 심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동해바다의 푸른 물속, 제주도의 아름다운 섬 아래 바닷속, 필리핀의 눈부신 산호초 세상, 멕시코의 수정 동굴 등등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새로운 세계, 스쿠버 다이버가 된다면 가볼 수 있다.

바닷속 풍경(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바닷속 풍경(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가장 먼저 손길을 닿아보는 스쿠버 다이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런 곳을 왔다 간 사람들은 주변에 당신 혼자 밖에 없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이 레저는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고 희소성이 있기에 요즘 말로 ‘인싸’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한 곳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활력으로 넘칠 것이며 또 다른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당신의 몸은 아드레날린은 마구 솟구쳐 오를 것이다. 그저 생각만 해도 즐겁다.

항상 새로운 도전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해 겨울 살짝만 건드려도 바스러지는 석회암 동굴을 탐험한 적이 있다. 15년을 넘게 해온 다이빙인데 처음 접하는 동굴 다이빙에 상당한 긴장을 했었다. 좁디좁은 입구를 겨우 지나 널찍한 동굴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전 그저 감탄에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와~~!! 내가 드디어 이곳에 왔구나!!!!’
같이 간 버디(다이빙 짝)와 물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고백하건대 늘 즐겁지만은 않다. 때론 높은 파도 때문에 물속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힘들기도 하고, 조류에 휘말려 물속에서 떠내려 가다 보면 진이 다 빠지기도 한다.
동굴이나 난파선 내부처럼 캄캄한 어둠 속을 들어갈 때는 부디 내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기를 바라며 말초신경까지 곤두세우며 온몸을 컨트롤한다.


하지만 이 또한 스쿠버 다이빙의 매력이라고 본다. 위대한 자연이 나를 허락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 속으로 안전하게 다녀왔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쉽게 즐기는 그런 레저가 아닌 기술을 습득하고 모험심과 담력을 가지고 겪는 새로운 세계!
그래서 탐험이 끝났을 때 느끼는 무한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끈적한 동질감은 덤이다. 이 모든 것이 십수 년 동안 즐겨온 스쿠버를 추천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바닷속 풍경(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바닷속 풍경(사진=김강윤 소방관 제공)

나는 내일 아침에도 어김없이 출근하여 새로운 한 해를 위해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또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작심삼일 되던 작심 삼 개월이 되던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야심 차게 시작해 볼 것이다. 


소방관으로서의 업무를 하며 생사를 오가는 현장출동에서의 긴장감과 업무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활력을 주는 이 취미의 매력을 나는 찬양한다. 일상에서 잠깐 짬을 내어 이번 달에 가게 될 새로운 다이빙 포인트에 대한 상상을 잠시 하다 보면 하루가 그저 즐겁기만 하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이 놀라운 취미를 배워 스쿠버 여행을 한번 떠나 보시길 바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있지만 결코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인 물 속 여행을...
보들레르의 시처럼 말이다.

하늘과 바다는 비록
먹물처럼 검다 해도

네가 아는 우리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지옥’이든 ‘천국’이든
아무려면 어떠랴

미지의 깊숙한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만 있다면!

-보들레르 ‘여행’중-

글/사진=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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