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시대의 의미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던 지난 5월 말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는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막대한 비용문제로 2011년 우주왕복선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그간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왔으나 민간기업에 의해 다시 미국땅에서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게 된 것이다. 스페이스엑스사는 1만 2000개의의 저궤도위성을 쏘아 올려 구축한 ‘위성군(Satellite constellation)’을 통해 초고속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Starlink)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엑스사의 유인우주선 발사장면(자료: @SpaceX Twitter)

항공우주산업 비영리 단체인 스페이스파운데이션(Space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4147억 달러(약 488조599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전년대비 8% 성장함과 동시에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4000억 달러 고지를 돌파한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의 지분비율은 정부 21%, 민간 79%로 민간 기업의 시장기여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항공우주기술개발이 정부에서 민간주도로 바뀌는 흐름을 ‘뉴스페이스’시대라 칭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민간기업의 주도 하에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7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우주산업 트렌드 및 생태계

기존의 우주 강대국인 프랑스와 더불어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많은 유럽의 국가에서도 우주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다. 프랑스 제4의 도시이자 ‘항공우주의 도시’로 불리는 툴루즈는 Airbus, Thales Alenia Space를 비롯한 약 400여 개의 항공우주기업이 위치해 4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유럽 내에서 우주산업 분야의 생태계가 가장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룩셈부르크는 국가의 차기 먹거리로 우주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해외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유럽우주국(ESA)은 유럽의 60여 개의 도시에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BIC)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유럽에는 7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양성됐다.

민간주도의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시장 아래 발사체나 위성제작과 같은 하드웨어 기술부터 위성을 관제하는 지상국 서비스 그리고 위성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스타트업들의 참여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트렌드 속 기존의 선두주자부터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까지 유망한 유럽의 업체들을 알아보자.

▲SES S.A.(1985): 룩셈부르크의 SES는 정지궤도위성과 중궤도위성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통신, 방송, 디지털데이터 등을 중계하는 회사로 매출액과 이익에 있어 세계 최대 위성운영 및 서비스기업 중 하나이다. 소형 저궤도 위성군의 발전과 함께 SES 역시 36개의 저궤도 위성으로 구성된 위성군 체계 조성을 준비 중에 있다.

▲Eutelsat S.A.(1977): 프랑스의 Eutelsat은 전 세계 위성운영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회사로 39개의 통신위성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 전 지역과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미국까지 세계 전지역으로 통신망이 구축돼 있다.

▲PLD Space(2011): 스페인의 발사 서비스 업체로 현재 재활용 로켓 개발을 진행 중이다. Miura 1은 로켓의 1단을 재활용할 계획이며, 성공할 시에는 미국의 Space X와 Blue Origin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럽의 첫 재활용 로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Thales Alenia Space(2007): Thales Alenia Space는 프랑스의 Thales Group과 이탈리아의 Leonardo의 합작 투자 벤처이다. 유럽 내 가장 큰 위성 제조업체이며 통신, 항법, 지구관측 그리고 우주탐사의 미션을 수행하는 위성들을 제조한다.

▲KSAT(1967): 노르웨이의 KSAT은 현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KSAT은 세계 곳곳에 20개가 넘는 지상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위성과의 실시간 통신 서비스 및 위성영상을 활용한 지구환경 관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주산업의 흐름에 따라 저궤도 소형위성 전용의 KSAT Lite, 상업목적의 광통신 지상국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계속해서 성장 중인 기업이다.

▲Leaf Space(2014): 유럽 4개의 나라에 지상국을 보유한 이탈리아의 지상국 서비스 스타트업 Leaf Space는 머지않아 지상국의 개수를 3배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Leaf Space는 현재까지 3억 달러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고 나머지 8개의 지상국 구축 계획을 위해 더 많은 투자사들을 찾아보는 과정 중에 있다.

▲OHB SE(1958): OHB SE는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의 다국적 기업으로 OHB System AG(독일), Antwerp Space(벨기에)등 여러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 우주 기업 중 3번째로 큰 회사이며, 우주항공기술 분야에서 독일 증시에 최초로 상장된 기업이기도 하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에 따라 유럽에서도 항공우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연구와 투자확대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업위성기술개발에 집중해온 유럽은 올해 초 아리안(Ariane)프로젝트의 수익창출운영 조건으로 EU집행위와 유럽투자은행(EIB)가 1억 유로의 자금지원에 합의한 바 있다.

전체 상업위성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아리안프로그램의 차세대 발사체인 아리안 6호는 올해 발사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사태로 2021년 초로 연기됐다. 올해 7월 유럽의 항공우주산업 선도기업인 Airbus, Safran, Dassault 그리고 Thales Group은 5억 유로 규모의 투자기금을 마련하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수립하기도 했다.

◇우주강국에 대응하는 국내 우주산업의 준비 사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에서 지난 2019년 내놓은 자료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국내우주산업 현황 진단과 정책대응’을 보면 국내에는 아직 뉴스페이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 뉴스페이스라는 용어의 인지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주항공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기업인들이 용어를 처음 들어봤다는 응답을 했다.

우주산업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국내에서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현재 국내 우주기업의 수는 300개 남짓으로 매우 적고 산업생태계가 미성숙하며,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3조3393억 원으로 전 세계 우주 시장 규모에 1.1% 수준에 달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뉴스페이스 기업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스타트업 친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으며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했을 때 국내 민간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우주산업에 대해 생소하다. 우주산업의 가능성과 기회를 알리기 위해 벤처케피탈(VC)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대학-연구소-기업 간 네트워킹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동기부여형 정책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의 핵심 방안이라 할 수 있겠다.

글: 김환영 연구원 CONTEC 자료출처: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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