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칼럼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3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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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 칼럼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3가지 원칙'
  • 스타트업엔(StartupN)
  • 승인 2020.10.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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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글의 힘

매끄러운 문장은 읽는 맛이 있다.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한 밥을 먹는 것과 같은 포근함을 안겨준다. 매끄럽게 쓰인 글을 읽다 보면 글에 담겨진 풍미가 마음을 아름답게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데는 원칙이 있다. 같은 글이라고 해도 같은 글일 수 없다. 아무렴 설익은 밥과 윤기가 흐르는 밥이 같을 수 있겠는가? 같은 밥의 형태를 갖고 있음에도 밥맛이 다른 것처럼, 글도 어떻게 쓰고 다듬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3가지 원칙에 관하여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3가지 원칙 중 첫 번째는 독서다. 최근 들어 주로 읽는 책은 주로 경제와 경영에 관련된 책이지만, 독서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한 지난 4,5년 동안 읽은 책들은 대부분 예술, 문학, 인문에 관련된 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을 흥미 있게 읽은 것도 아니었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무척 커서 누가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하면 다 찾아서 닥치는 대로 읽는 식이었다. 몇 권의 책을 출간해낸 지금에서야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지만, 여러모로 한참을 헤매던 지난 시간들이었다.

독서를 시작한 원인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꾸준한 독서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점들은 수도 없이 많다.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집필하다 보면 독서를 통해 만들어진 근육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매번 읽으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책이 있다. 곰브리치(E.H Gombrich) 교수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다. 머릿속으로 이해는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무척 효율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역자의 훌륭한 번역이 한 몫 했겠지만, 원본이 훌륭해야 번역도 훌륭할 수 있지 않은가.

일례로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해 곰브리치 교수는 ‘자연의 위대한 관찰자인 레오나르도(서양미술사(Story of Art) 300p, 예경출판사)’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그의 스푸마토(sfumato, 미술기법 중 하나)를 두고 ‘하나의 형태가 다른 형태 속으로 뒤섞여 들어가게 만들어 무엇인가 상상할 여지를 남겨놓는 희미한 윤곽선과 부드러운 색채(서양미술사(Story of Art) 300p, 예경출판사)’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독서습관이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사람이 편안하게 읽기에 가장 적합하게 다듬어진 책들만이 책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시중에 출간되기 때문이다. 물론 별다른 퇴고와 수정을 거치지 않고 오직 높은 판매고를 기대하며 출간된 원고들도 다수 있다는 점을 착안했을 때 다소 일반적인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매끄럽고 부드럽게 다듬어진 책들은 대부분 매우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도서로 분류되어 판매된다. 누구나 알만한 그런 책들은 오랜 퇴고를 거친 느낌이 묻어나며 무척 매끄러운 문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꾸준히 읽고 생각하는 동안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 자연스럽게 익혀짐은 물론이다.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원칙은 다양한 방면에서의 습작이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 가치관의 깊이, 숱한 어려움과 문제들을 이겨나가면서 만들어진 내면의 완숙에 따라 주제와 글의 깊이는 달라지겠지만,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꾸준한 연습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다. 운동이든, 공부든, 성장을 위해서는 무수한 연습과 반복만이 정답이다. 글쓰기는 꾸준히 평생 배워야 하는 일이다. 글쓰기에 무슨 훈련이 필요하냐 싶어도, 신체적 운동만큼이나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매일 꾸준히 30분씩 운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폐활량에 차이가 나듯이 매일 글을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매끄러운 글을 만드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반복의 중요성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답답하지 않고 복잡다기하지 않은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글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리 없다.

얼마 전 새로 구매한 책 중 『기업이란 무엇인가』가 있었다. 싱가포르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신장섭 교수의 저서로 기업의 존재의미에 대해 의미 있는 고찰을 남겨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신 교수는 기업명제 8가지를 이야기하며 기업 명제를 만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기업 명제를 만들어낸 이유는 수학에서 순수하게 논리적 추론과정을 통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일반적 진실을 내놓는 것처럼, 법인을 통한 주식회사 설립과 시장경쟁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부터 도출되는 논리를 상식선에서 따라가면 독자들이 기업에 관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보편적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12p, 신장섭, 북스코프출판사

여기에서 신 교수가 이야기하는 8가지 기업명제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업명제 8가지를 책의 주제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한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뛰어난 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1986년 매일경제 기자를 거쳐 1995년 매일경제 경제부 차장, 매일경제 논설위원을 거쳐 1999년부터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무엇이었을까? 대한민국 상위 0.1%에 손꼽힐 만한 그의 필력은 굉장히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독자로 하여금 단박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SNS와 인터넷의 활용이 도래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1980년대부터 글을 써온 그에게 기자생활이란 어떤 과정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확실히 훌륭한 글을 만드는 필력이 갖추어지는 훈련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지레 짐작해본다.

매끄러운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 번째 원칙은 단어의 선정이다.

글이라는 것은 탈고되어 인쇄되기까지 끊임없이 퇴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탈고의 기준점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문제에 다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어, 혹은 부사 활용에 따라 글의 맛과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일례로 도태라는 단어와 퇴보라는 단어가 있다. 비슷한 단어지만 의미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 한 문장이 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특정 분야에 재능을 드러냈지만 자신을 갈고 닦지 못해서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

여기에서 도태라는 단어가 나온다. 도태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여럿 중에서 불필요하거나 부적당한 것을 줄여 없애다.
2. 물건을 물에 넣고 일어서 좋은 것만 골라내고 불필요한 것을 가려서 버리다.

특정 분야에 재능을 드러냈지만 자신을 갈고 닦지 못해서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재능이 묻혀버렸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퇴보라는 단어를 넣으면 어떤 의미가 될까? 퇴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정도나 수준이 이제까지보다 뒤떨어지거나 후퇴하다.

재능의 수준이 남들보다 뛰어났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못하다 정도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그저 이전보다 여러 부분에서 뒤처지고 부족할 뿐,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도태라는 단어가 문맥상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 더 이상 회생의 기회조차 없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퇴보는 ‘뒤쳐지고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쉽게 사용될 수 있는 단어들조차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미소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매끄러운 글을 쓰는 데 필요한 3가지 원칙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가장 매끄러운 글은 어린 아이들이 쓴 글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쓴 글은 사실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교육기관에서 근무할 때, 초등학생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자주 잔잔한 감동을 받곤 했다. 아이들이 쓴 글에는 어려운 단어도, 화려한 수식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담백한 맛이 있었다. 쉽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훌륭한 글, 화려한 글,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한 글, 기교가 넘치는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매끄러운 글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없으면 쓰기 어렵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어린 아이의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글/사진=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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