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Hope)을 창업자들과 함께 개척자(Pathfinder)가 되어 새 길을 열겠다”는 패스파인더에이치는 2016년 설립 후 블라인드 운용
자산(AUM) 650억 원, 심사역만 7명인 VC로 성장
- 창업자의 목표가 돈이 아닌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투자철학
- 영국까지 건너가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로 상업화한 ‘테라뷰’라는 도전적인 회사에 투자한 것은 VC로서 가장 큰 프라이드
- VC 투자를 받기 위해선 자신의 비즈니스 아이템이 모험자본에 맞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실행력으로
회사를 혁신적이고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끈기가 중요

벤처업계는 지난해 벤처 투자액 4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바 있으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있어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통적인 재무적 투자자인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 VC) 외에 전문엔젤투자자, 엔젤클럽, 액셀러레이터, 대기업 CVC 등 다양한 투자자와 기관들이 나타나고 있다. 신년을 맞이하여 스타트업엔에서는 액셀러레이터 중심의 [스타트업엔 창간 인터뷰]에 이어 특별 기획으로 스타트업이 성장을 견인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재무적, 전략적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두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패스파인더에이치(Pathfinder H) VC투자본부의 김지훈 이사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으로 2019년에만 신규 VC 15개사가 등록하여 154개의 VC가 활동 중에 있다. 2019년 신규 결성된 141개의 총 약정금액은 3조 1,979억 원이며, 운영 중인 조합은 897개로 26조 5,541억 원에 달한다. 협회에 따르면 2019년 11월까지 1,441개 기업에 3조 8,115억 원이 투자되어 투자금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김지훈 이사의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견해는 핑크빛 전망만은 아닐 것이다. 현업에서 느끼는 변화들은 김지훈 이사와 같이 투자철학과 전략을 가진 VC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투자철학과 문화가 업계 전반에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VC 산업이 큰 기회를 맞이했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VC는 여전히 운용규모가 중요하지만 투자철학과 투자 분야에 대한 전략을 명확히 가지고 있는 VC들이 생겨나고 VC투자의 사회적 가치,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심사역들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갑’,’을’ 관계가 아닌 스타트업 대표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인사이트를 얻고 투자 방향과 성장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점도 현업에서 느끼는 변화 중 하나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해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에서 경영학(MBA)으로 전공까지 바꾸며 6년여 시간을 준비한 VC업계와 특히 기술 기반 창업기업에 무한한 애정과 남다른 투자 철학을 가진 김지훈 이사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패스파인더에이치의 김지훈 이사
패스파인더에이치 김지훈 이사

Q.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스타트업엔 창간을 축하 드립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만 그에 걸맞은 전문 언론사의 역할이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중과 창업 인더스트리 사이의 소통의 역할을 해줄 기관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이름에서부터 제가 느꼈지만 스타트업엔의 창간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자 그리고 대중의 매개체 역할과 동시에 공정한 심판 역할도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패스파인더에이치는 머니투데이가 2016년 100% 출자해 설립한 독립계 벤처캐피털(VC)입니다. 패스파인더에이치는 “희망(Hope)을 창업자들과 함께 개척자(Pathfinder)가 되어 새 길을 열겠다”라는 의미입니다. 현재까지는 농식품, 재기지원, 청년창업, 창업 초기 등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사실상 스타트업입니다. 2016년에 저를 포함해 심사역 4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심사역이 7명, 임직원 9명이며 블라인드 운용자산(AUM, Asset under management)는 650억 원으로 업계에서 액티브(Active)하게 활동하고 또 성장하고 있는 VC 중 하나입니다.

저희 회사는 유망한 기업만을 골라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이들의 창업을 북돋고 적극 권장하는 역할을 마다 않는 창업투자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창업이 한때의 바람이나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와 정책을 이끄는 사회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입니다.

 Q. 패스파인더에이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저희 회사는 균형 있는 투자심의위원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심의에는 당사의 모든 심사역이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을 서로 논의합니다. 서로 솔직한 의견을 경청하고 가감없이 논의하고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회사가 가진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패스파인더에이치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패스파인더에이치 홈페이지

Q. 왜 VC가 되기로 결심했나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보쉬(BOSCH)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워렌 버핏,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을 접하고, 처음 투자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엔지니어로서는 투자업계에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투자자가 되기 위해 MBA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엔지니어에서 VC로 전업을 위해 프랑스의 HEC Paris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100여군 데 이상 현지VC에 지원하였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 후 포스코에 입사하여 전략적인 투자를 3년 반 정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패스파인터에이치라는 벤처캐피털이 설립될 무렵 이 회사로 들어오면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었습니다.

Q. 어떤 준비를 했나요? 

준비만 한다고 VC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VC는 대부분 선배나 지인을 통해 VC라는 직업을 접하고 이 업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워낙 조직이 작고 눈에 보이질 않는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MBA 지원할 때 에세이 주제도 VC였습니다. 경영 대학원 지원 전부터 공부를 하면서 철저히 졸업 이후 바로 VC로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가령 VC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학내 VC 클럽(동아리) 활동하면서 선배를 만나고 유럽 VC에 100군데 이상 지원하면서, 6~7년을 준비하였습니다. VC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 경험 상 VC는 철저히 로컬 기반이고 폐쇄 시장(closed market)에 가까워 재무적인 지식과 경영과 시장 동향에 대한 정보로 무장하되 본인이 가진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Q. VC라는 직업은 어떻습니까?

대기업에서 전략적인 투자를 했었지만, 대기업에서의 투자는 목적이 다릅니다. 모기업의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자원 확보에 가까운 투자를 하는 것이며 엑싯(Exit, 투자 회수) 개념이 없습니다. 투자에 대한 펀드 수익률과 같이 명확한 개념보다는 기업의 니즈, 목표, 팀 내 상사 등과 관계가 더 중요하여 독립성과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VC는 스스로 투자수익률에 대한 책임을 가지되 자유도를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직업적 만족도가 높습니다. 두려움도 있지만, 자유도가 저에게는 더 중요하게 느껴져 리스크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갈망하던 직업이라 만족도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Q. 어떤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첫째 '의미 있는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혁신적인 ‘벤처성’을 가진 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두 번째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VC로서 합리적인 리스크를 감수하여 사회의 역동성을 적절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자본은 수단일 뿐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창업자의 목표가 돈이 아닌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이 저의 투자철학입니다.

Q.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되는지요?

패스파인더에이치에서 10개사를 투자했습니다. 엔젤투자까지 포함한다면 총 15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저의 투자성향은 저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ICT 서비스 46%, 바이오/의료 29%, 전기/기계/장비 17%, 기타(농식품) 등 8%에 투자했습니다.

Q. 섹터를 넘나들며 투자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끌리는 데로 투자했는데, 4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제가 확실히 원하는 바가 보입니다. 지금은 기술 위주로 투자해야겠다는 명확한 아젠다가 확립되었습니다. 향후 제 투자는 50% 이상은 딥 테크놀로지 스타트업(Deep technology startup, 과학적 발견 또는 엔지니어링 혁신에 기반한 신상품을 개발하는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 할 것입니다. 바이오 전문, 커머스 전문 심사역이 있는데, 저는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배경도 있어 기술과 사이언스에 투자하는 심사역이 되고 싶습니다.

Q. 포트폴리오에서 대표적인 회사 소개부탁합니다.

제가 투자한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사랑하지만 그중 하나만 말씀드려야 한다면 테라뷰(TeraView)라는 영국 회사를 소개하고 싶은데, 저의 투자 커리어를 대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라뷰는 테라헤르츠(Terahertz)라는 마이크로웨이브와 적외선 사이의 존재하는 전파를 활용해서 세계 최초로 비파괴 반도체 검사장비를 상용화한 기술 선도 기업입니다. 이 분야의 전세계 특허의 50% 이상을 테라뷰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 실험실에서 스핀 아웃하였으며 케임브리지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CEO는 Donald Arnone라는 물리학 박사이고, CTO인 Michael Pepper는 물리학 노벨상에 물망에 오르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저는 테라뷰가 인류를 윤택하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로 상업화한 도전적인 회사에 투자한 것은 프라이드입니다. 해외투자를 했다는 점 만으로도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방암 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올리브 헬스케어’, 의료용 플라즈마 멸균기 제조업체인 ‘플라즈맵’이 있습니다.

Q. 기업들은 어떻게 찾나요?

다양한 채널로 기업들을 찾는데, IR이나 데모데이 등 행사에 찾습니다. 두 번째는 회사로 직접 들어오는 콜드 메일(Cold-emailing,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요청 메일)에서 찾기도 합니다. 다른 또 하나 채널은 창업자나 동료 VC들을 통한 소개를 받기도 합니다. 엔젤클럽 활동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초기 투자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동료 VC와 같이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Q.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기업의 어떤 면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가요?

제일 중요하게 보는 점은 창업자들이 본인의 비즈니스가 VC들한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인지 아닌지 직시하고 있는 지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모험성 자본에 맞는 벤처성이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돈이 필요해서 찾아가야 할 곳이 VC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험성 자본은 리스크도 크지만, 리턴도 커야 하기에 투자자들에 하이 리턴을 안겨 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돈이 목표인 창업자들은 계속 만나다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목표 안에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내재되어 있어야 하며 목표가 커야 합니다. 꿈이 작으면 하이 리턴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꿈이 커야 합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까지 적어도 2개월간은 심사역과 창업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피드백에 항상 민감한 오픈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의견이 맞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즉시 실행하는 사람이 제가 좋아하는 창업자입니다. 

Q.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강하게 언급을 안 하는 이유가 있는가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회사가 점점 성장을 해서 내실화를 해야 하는 벤처라든지, 유저를 확보했고 성장을 어느 정도 했을 때 VC의 투자만으로 버틸 수 없고 비즈니스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할 때와 같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합니다. 초기 창업자들에겐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성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계 별 목표가 성장인지 내실화인지 명확하게 파악을 해야 합니다.

Q. VC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스타트업에 조언 부탁 드리겠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로 실행의 결과가 없는 상상 속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주장은 피했으면 합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으면 창업자의 과거 성과나 엑싯(Exit) 경험이라도 증명해 보였으면 합니다. 아이디어를 늘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가지고 투자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두 번째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아껴서 사용하길 바랍니다. 또한 대기업과 협업하고 있다는 것이 항상 장점은 아닙니다. 세 번째 투자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든가 비상식적인 기업가치 주장은 지양했으면 합니다. 네 번째로 창업자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매력은 투자자의 핏(Fit)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다시 말해 심사역과의 핏(Fit)이 투자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명심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초기 투자환경에 대한 견해는? 초기 창업기업 생태계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벤처 산업이 상당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산업 육성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벤처 투자 말고는 해결 방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벤처 투자와 창업 등 초기 창업기업 생태계가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잘하고 있으며, 규모 면에선 미국, 중국,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한국벤처투자의 펀드 규모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입니다.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버블이 되지 않으려면 창업자들은 이러한 모험자본이 들어가면 스스로 성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만 벤처의 시대가 온 건 아닙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정책적 지원금을 스타트업 육성에 투입 할 자금을 늘릴 것이지만 이런 정부 지원 자금을 집행할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사원)와 창업자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4개국 외에는 사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성장의 초읽기라 생각하고 앞으로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이 벤처캐피털 업계로 몰려들 것인데, 이런 트랜드를 현업에서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지훈 이사는?

▲1977년 생 ▲브레머하펜 국립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 HEC Paris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현) 패스파인더에이치 VC투자본부 이사▲전) 포스코 원료실 자원투자그룹 과장 ▲전) 보쉬(BOSCH)기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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