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WeX 이지수 대표, “깨지고 붙으며 성장하는 킨츠키처럼, 포기 아닌 진화를 택했다”

10년 규제 전쟁·시장 붕괴·내부 배신 극복… RWA 글로벌 도전 선언

2025-11-12     유인춘 기자

부동산 핀테크 시장의 산증인이자 격변의 주역이었던 '위펀딩'이 'WeX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깃발을 들었다. 지난 10년간 한국 P2P(개인 간 거래) 시장의 규제 법제화부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의 '퍼펙트 스톰'까지 겪어낸 이지수 WeX 그룹 대표는 이 모든 시련을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이는 일본의 전통 예술 ‘킨츠키(Kintsugi)’에 비유했다. 상처를 숨기는 대신, 이를 강점으로 승화시켜 글로벌 RWA(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출사표를 던진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 배경과 의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WeX 그룹 이수지 대표

Q1. '위펀딩'에서 'WeX 그룹'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리브랜딩 이상으로 읽힙니다. WeX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입니까?

A.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회사의 틀 자체를 바꾸는 '진화'입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처럼 여러 사업부를 하나의 그룹 아래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부동산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디지털 기술로 민주화하는 것입니다. 위펀딩은 그 여정의 첫 번째 로켓으로, 한국에서 9년간 1,200억 원 넘는 투자를 실행하며 엔진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그 강력한 엔진을 기반으로 'WeX'라는 우주선을 타고 전 세계로 나아갈 시간입니다.

Q2. 글로벌 RWA 전략에서 지난 10년간 한국 P2P 시장에서 겪은 경험은 어떤 배경이 되었습니까?

A. 글로벌 RWA 시장은 2030년 16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지만, 아직 법규가 미비하고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새로운 와일드 웨스트'입니다. 10년 전 한국의 P2P 시장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당시 저희는 사기, 횡령 등이 만연했던 시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법(온투법)’ 법제화 과정을 10년간 겪어내며 생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규제 감각(Regulatory Sense)'을 얻었습니다. 대부분의 RWA 플레이어가 기술에만 집중할 때, 저희는 이미 '투자자 보호'와 '제도화'라는 파도를 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과거 10년의 규제 경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전략을 세우는 핵심 배경입니다.

Q3.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해 '위기를 뒤로하고 신사업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A. 그 시간을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국내 전세 사기 여파로 자금 시장이 붕괴하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쳤습니다. 저희는 단순 플랫폼이 아닌 투자 및 시행 사업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키웠는데, 시장 악화와 맞물려 리스크가 되었습니다. 공사비 급등으로 시공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사업이 도산될 뻔했습니다. 많은 회사가 손실을 확정하고 사업을 접었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형 은행, 신탁사들과 협상하며 담보를 지키려 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0% 부실률' 기록은 깨졌고 일부 손실이 발생했지만, 저희는 '부실 자산 관리(Distressed Asset Management)'라는 강력한 실전 경험을 얻었습니다.

Q4. 외부 위기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공격에도 대응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A. 맞습니다. 회사가 PF 현장 문제로 가장 취약했던 시기, 일부 퇴사자들이 앙심을 품고 조직적인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경영권 탈취 시도, 각종 민형사 소송, 관계기관에 대한 반복적인 민원 제기, 허위 언론 제보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고 포기할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고객 자산을 함부로 다루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경영권을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자신에게도 부족함이 있었고 그것이 내부 갈등의 한 원인이었습니다. 이후 조직관리·소통·리스크 통제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지금의 WeX 그룹은 그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무·준법 ‘면역 체계’를 갖춘 회사로 진화했습니다.

Q5. 대표님께서 '킨츠키(Kintsugi)' 철학을 자주 언급하십니다. 이 시련들과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A. 킨츠키는 깨진 도자기를 버리지 않고, 그 틈을 옻칠과 '금'으로 이어 붙여 상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전통 예술입니다. 상처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파괴의 역사를 사물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철학이죠. WeX의 정체성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저희가 겪은 10년의 규제 전쟁, 시장 붕괴로 인한 파산 위기, 믿었던 내부자의 배신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균열은 저희를 파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깨진 틈을 '금'으로 메워 더 강한 역량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과거 10년은 숨겨야 할 상처가 아니라 '훈장'입니다. 우리는 깨지고, 붙이고, 계속 성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Q6.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책임을 다하고 신뢰를 회복할 계획이십니까?

A. 이 질문이 제게는 가장 무겁고 솔직하게 답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시장의 유동성이 완전히 얼어붙어 ‘언제까지 회수를 완료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성급한 약속이 오히려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시행사들을 단순히 법적으로 압박하기보다, 계약상·법적 추심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행사들이 완전히 무너지면 회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집니다. 반대로 이들이 다시 일어서 사업을 정상화하면, 비록 늦더라도 실질적인 회수가 가능합니다.

지금 저희의 전략은 ‘단기 회수’보다 ‘지속 가능한 회복’입니다. 2~3년 안에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시행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재기에 성공하는 것이 투자자 자금을 가장 안전하게 회수하는 길이라 확신합니다. 저희는 투자금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시간 투자를 하고 있으며, 회수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와 모든 임직원은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WeX 그룹 이수지 대표

이지수 대표는 인터뷰 내내 과거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솔직함과,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회사의 강력한 자산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과거의 고난과 논란은 숨기는 대상이 아니라 딛고 일어서는 디딤돌"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WeX 그룹을 통해 데이터와 기술, 그리고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부동산 투자의 경계를 어떻게 허물 수 있는지 증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존(Survival)'을 넘어 '번영(Thrive)'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WeX 그룹의 도전이 한국 부동산 핀테크 시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여정에 함께해준 투자자들과 앞으로 함께할 이들에게 더 넓어진 기회와 높아진 신뢰로 응답하겠다는 이 대표의 다짐은, 격변하는 금융 시장 속에서 리더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