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개발자로 AI 인력난 푼다'... 맥킨리라이스, 125억 '실탄' 확보

누적 투자금 175억 원 달성... 한국투자파트너스 리드 단순 채용 넘어 'AI 데이터·인프라' 기업으로 피벗(Pivot)... 성공 여부 관심

2025-11-20     유인춘 기자
왼쪽부터 맥킨리라이스 이장훈 CTO, 김정우 대표, 석승현 부대표

투자 혹한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내건 스타트업 맥킨리라이스(서비스명 '레드롭')가 125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2023년 시드 투자 이후 누적 투자금만 175억 원이다. AI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개발자 구인난'과 '데이터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이 자본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굵직한 하우스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큰 손'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라운드를 리드했고, KB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산은캐피탈이 신규로 합류했다. 기존 투자사인 대교인베스트먼트와 DS&파트너스도 후속 투자를 집행했다.

통상 시리즈 A 단계에서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리드 투자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 측은 레드롭이 가진 신흥국 중심의 확장 전략과 실행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인력 매칭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인프라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2018년 설립된 맥킨리라이스의 시작은 '국경 없는 채용'이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풍부한 IT 인력을 국내 및 미국 기업에 연결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HR 플랫폼이 모태다. 실제로 이들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해외 SW 개발자 채용 사업 단독 파트너로 선정되며 해당 분야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주목할 점은 회사가 자신들을 단순한 채용 대행사가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내세운 플랫폼 '레드롭'은 인재 매칭과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을 결합했다.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장벽은 두 가지다. 기술을 다룰 '사람'이 없거나, AI를 학습시킬 '데이터' 구축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다. 맥킨리라이스는 인도와 동남아 등지의 50만 명 규모 인재 풀을 활용해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공략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자사 글로벌 데이터 센터를 활용할 경우 국내 대비 최대 50% 절감된 비용으로 데이터 라벨링, 모델링 등 고품질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인건비 차익을 기술 경쟁력으로 치환하겠다는 셈법이다.

확보한 125억 원은 글로벌 확장에 쓰인다. 맥킨리라이스는 ▲글로벌 AI 인재·데이터 네트워크 확장 ▲AI 학습용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개발도상국형 LLM(거대언어모델)' 개발이다.

김정우 맥킨리라이스 대표는 "AI 기술 발전은 결국 인재와 데이터의 질에 달렸다"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아시아 중심의 글로벌 AI 인프라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원격 근무 형태의 해외 개발자 채용이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국내 기업 문화에 융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저비용을 앞세운 데이터 라벨링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화 되고 있어, 단순 가격 경쟁력을 넘어선 고도화된 데이터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개발도상국형 LLM' 역시 막대한 리소스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스타트업으로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맥킨리라이스가 이번 대규모 투자를 발판 삼아 단순한 인력 공급소를 넘어, 김 대표의 청사진대로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