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가 만든 의료 AI 스타트업 ‘더마트릭스’, 246대 1 경쟁 뚫고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진출
AI 기반 임상사진 관리 솔루션 ‘CLIMS’로 TOP 30 선정… 대학병원 검증 실사용 사례 강점 국내 최대 창업경진대회서 의료데이터 활용 혁신성 인정… 최종 무대서 대통령상 경쟁
국내 스타트업 등용문 중 가장 좁은 문으로 통하는 '도전! K-스타트업 2025'의 최종 라인업 윤곽이 드러났다. 무려 7,377개 팀이 몰리며 역대급 경쟁을 예고했던 이번 대회에서 현직 대학병원 피부과 전공의가 이끄는 '더마트릭스'가 246대 1이라는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최종 30팀(TOP 30)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수년간 데이터를 쌓아올린 '현장형 솔루션'이라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마트릭스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0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5' 왕중왕전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살아남은 이들은 오는 12월, 총상금 14억 원과 대통령상을 두고 마지막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이번 성과가 업계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창업자인 김경훈 대표의 독특한 이력과 솔루션의 탄생 배경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의로 재직 중인 김 대표는 진료 과정에서 겪는 비효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피부과 진료 특성상 환부의 임상 사진은 청진기만큼이나 필수적인 진단 도구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에서는 여전히 이 중요한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진이 뒤섞이거나 유실되는 사고가 빈번했고, 진료 후 사진을 정리하는 데만 의료진의 귀한 시간이 허비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는 곧 환자 안전 위협과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더마트릭스가 내놓은 'CLIMS(Clinical Image Management System)'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임상 사진을 환자별로 자동 분류하고 정리해 주는 이 솔루션은 의료진을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시켰다. 의료진이 모니터가 아닌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특히 CLIMS는 연구실에서 갓 나온 설익은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대표는 초기 모델인 '더마뷰'를 직접 개발해 본인이 몸담은 서울아산병원에 시범 도입했고, 동료 의료진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3년간 국내 대형 병원 실제 진료 환경에서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치며 데이터 관리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심사위원단 역시 이러한 '현장 검증력'과 데이터를 단순 기록물이 아닌 병원의 자산으로 전환시킨 혁신성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임상 사진이 피부과 진료의 핵심 데이터임에도 낙후된 관리 방식 탓에 그 가치가 사장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검증된 CLIMS를 통해 의료 데이터 관리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나아가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피부·미용 분야의 AI 진단 및 치료 보조 모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 글로벌 메디컬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는 12월 열리는 왕중왕전은 더마트릭스가 '의사가 만든 편한 프로그램'을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