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불법인가”... 벼랑 끝 선 닥터나우, 국회 ‘방지법’ 통과에 정면 반박 나섰다

복지위, 플랫폼 의약품 도매업 금지 ‘약사법 개정안’ 의결... 닥터나우 “사업 중단 위기” "리베이트·유인 행위 사실무근, 오직 약품 대금만 수취” 김윤 의원 발언 조목조목 반박 “작년 국감 땐 문제없다더니 말 바꾼 정부”... 정책 신뢰도 하락 및 스타트업 위축 우려 제기

2025-11-24     유인춘 기자
닥터나우 로고

국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자, 당사자인 닥터나우가 “혁신을 범죄시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자들이 약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약국 뺑뺑이’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시스템이 자칫 불법으로 낙인찍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호소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해 약국에 직접 약을 납품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닥터나우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법안 통과에 대한 유감과 함께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쟁점은 크게 ▲도매업 진출의 취지 ▲리베이트 수수 여부 ▲규제의 적절성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약국 뺑뺑이 막으려 재고 공개... 특혜 아닌 소비자 편익”

닥터나우가 도매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비대면 진료의 고질적 문제인 ‘조제 불가’ 사태가 있다. 환자가 처방전을 받아도 해당 약을 보유한 약국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빈번했다. 플랫폼 측은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도매 자회사를 통해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해당 약국의 재고 데이터를 앱에 연동해 환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어디에서도 약국 재고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정보 불투명성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번 법안으로 인해 강제로 중단될 위기”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경과 조치를 두더라도 결국 플랫폼의 도매업 겸업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 “리베이트? 대금만 받는다”... 김윤 의원 발언에 ‘팩트체크’

법안 심사 과정에서 나온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도 사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윤 의원은 지난 20일 “닥터나우가 약국에 약을 공급하며 수수료를 챙기거나 검색 상단에 노출해 주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약국으로부터 받는 돈은 공급한 의약품의 ‘대금’ 뿐이며, 별도의 수수료나 광고비 명목의 금전은 수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앱 내 약국 노출 방식은 전적으로 ‘이용자 위치 기반’이며, 특정 약국을 인위적으로 상단에 띄우거나 우선순위를 배정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지난 11월 법안 발의 직후 제기된 우려를 반영해 약국 정보 노출 방식을 개편하고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방하는 등 자정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입장이다.

◇ “작년엔 합법, 올해는 불법?”... 흔들리는 정책 신뢰성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입법이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2024년 국정감사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닥터나우의 도매업 운영 방식에 대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무 부처 장관의 발언을 신뢰하고 투자를 집행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했는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닥터나우 측은 “이미 의료법, 약사법, 공정거래법 등 현행법으로도 불공정 행위나 리베이트는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면서 “구체적인 위법 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려만으로 별도의 금지 법안을 만드는 것은 ‘과잉 입법’이자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 정부가 국정 기조로 내세운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예외 금지)’ 전환과도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 법리에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사후적으로 규제를 신설해 싹을 자르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제2, 제3의 유니콘 기업 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닥터나우는 입장문 말미에 “약국의 선택권은 환자에게, 처방권은 의사에게, 조제권은 약사에게 있다는 대원칙을 지키며 혁신을 이어왔다”며 “남은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편익과 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호소했다.

이번 ‘닥터나우 방지법’ 사태는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사업 존폐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신산업과 기존 직역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와 향후 정부의 시행령 마련 과정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