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한국영화를 살린 전두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하나회로 지칭되는 신군부 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키자 그들과 맞서는 진정한 군인들과의 숨 막히는 9시간을 다룬 논픽션 정치드라마다. 

<서울의 봄>이라는 제목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에 비유한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국민들은 유신체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사회로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 민주화의 물결이었던 서울의 봄은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탄압하고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그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이 작품과 유사한 성향의 작품들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2014년 설립한 제작사는 창립작인 윤태호 원작의 <내부자들>로 915만 명이라는 빅히트를 치면서 당당히 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서울의 봄>과 형제라고 해도 무방한 작품 <남산의 부장들>로 47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의 봄>은 제작비 200억 정도이므로 손익분기점이 460만 명이다. 영화가 완성된 후 첫 시사회를 본 관계자 및 기자들의 반응은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영화의 최종 관객을 천만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한국영화 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많이 위축된 상태인데다 극장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불안요소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제작자인 김원국대표가 당당히 최소 700만을 장담했으니(?) 처음에는 제작자의 의례적인 호기로 보였으나 궁극적으로는 그의 확신에 찬 자신감은 관객수로 증명을 하고 있다.

그럼 이작품의 놀라운 흥행 성과는 어떤 것에 기인을 하고 있을까? 

첫 번째,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란 걸 증명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데뷔작부터 남성 느와르물에 강점을 보인 김성수 감독은 60이 넘은 나이에 인생작을 탄생시켰다. 그는 예전의 강함을 이제는 폭넓은 삶의 연륜으로 배우들과 스탭들을 아우르면서 인자함까지 더해 국민 다수에게 명작을 선물한 것이다. 더불어 알프레드 히치콕이 60세에 <사이코>를 만들며 헐리웃 감독들의 활동 나이를 올렸듯이 김성수 감독 또한 한국 상업영화 감독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까지 선사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시의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승자는 전두광으로 칭해지는 빌런이다. 그런데 왜 관객은 이 작품에 열광하는가?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졌잘싸 했다고 생각하는 민주화 학생운동권 세력은 결국 그 전두광을 끌어내리고 정의를 실현했다는 자신감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본다. 그런즉 이 작품을 통해 울분을 참고 앞으로 나아가 현 검찰공화국을 타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참고로 이재명 후보는 16,056,283표를 얻어 윤석열 후보에 0.73% 차이로 20대 대선에서 진바 있다.  

세 번째, 누가 먼저 스크린에 올리느냐? 즉 참신성이다. 우리는 TV를 통해 역사, 정치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 고정 시청자를 가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제작 환경이 바뀌어 사극과 근현대사를 다루는 대하시대물들이 예전같이 많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현대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12.12와 그 주역 전두환 그리고 그와 맞선 장태완의 갈등 구조는 상상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지점을 예견한 작가와 제작자는 좋은 선택을 한 것이고 아직까지 이 사건과 인물이 극장에 걸린 적이 없었던 점 또한 목말랐던 일반관객들에게는 큰 단비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위에 적시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영화는 분명 관객들이 원하고 소구하는 점을 충족시켜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2024년 1월 현재, 이 영화는 13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영화로는 <실미도>를 시작으로 22번째 천만 영화 돌파라는 쾌거를 이룬 작품이다. 더욱이 한국영화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전두환이 살린 꼴이라니! 

정권을 잡고 3S정책으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그에게는 물욕의 신이 돕고 있지 않나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 전두광 

극중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 자료 사진. (사진출처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중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 자료 사진. (사진출처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우 유튜버들은 영화 <아수라>를 가지고는 이재명을 대입하며 열광한다. 극좌 유튜버들은 영화 <서울의 봄>을 가지고 군,검을 하나로 엮어 열광한다. 서로의 편향된 정치적 색깔에 맞게 영화도 대립과 분열의 위치에 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의 감독이 김성수 동일인물이란 걸 아는 순간, 그들은 애써 외면한다. 우리는 감독 김성수를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는 편향된 사고로 한쪽만 보는 이들에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균형감각을 갖은 채 좌우를 다 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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