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열여덟 번째, 김강윤 소방관의 구조에 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그 열여덟 번째 이야기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부산 소방본부 산하 특수구조단 수상구조대 소속 김강윤 소방관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인 '인간 vs 기계'이다.

◇인간 vs 기계

살면서 응급실을 한 번씩 가보았으리라 생각된다. 말 그대로 급하게 아프거나 심각한 사고를 당하거나 하면 신속한 처치를 위해 마련된 곳이다. 감기와 같은 단순 치료 목적이나 응급을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치료를 거부당할 수도 있다. 무분별한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의료 수가도 일반진료보다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소방서 구급 대원들은 이 응급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고 다친 사람들이 으레 급한 환자들이다 보니 응급실과 119는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하다. 나는 구조 대원이라 환자 이송의 업무를 하지 않는다. 대신 구급 대원 동료들에게 응급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환자를 인계하는 업무적 이야기부터 그곳 간호사와 마음이 맞아 결혼한 직원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연들을 흥미롭게 전해 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응급실 병상(사진=김강윤 소방관)
응급실 병상(사진=김강윤 소방관)

출동 많기로 소문난 부산진 소방서 구조대에서 막내 생활을 할 때였다. 쇠도 씹어 먹을 만큼 혈기왕성했던 그때, 가는 출동마다 선배들 보다 앞서 열심히도 현장활동을 했었다. 안전이라는 구조 대원 현장활동 제1 수칙이 무색하리만큼 이곳저곳 부지런히 뛰어들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나의 그러한 무모한 용기도 주춤하게 만드는 출동이 있었으니 바로 '끼임 사고'이다.

끼임 사고란 기계에 사람의 신체가 끼이는 사고를 말한다. 주로 고기를 다지는 육가공 기계나 면을 반죽하고 뽑는 제면기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많다. 드물게도 대형 유압프레스나, 컨베이어 벨트 같은 곳에도 신체가 끼이는 일도 있다.

끼임 사고는 쉽지 않다. 우선 요구조자가 상당한 고통을 호소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기를 다지는 육가공 기계 같은 기계를 보자면 톱니바퀴 같은 날 여러 개가 엇갈려 돌아가는 곳으로 고기가 들어가 다져지는 곳에 사람의 손이 끼는데 기계 동력의 힘이 사람의 살을 순식간에 파고 들어가 그 상태로 오도 가도 못하게 멈추어 버린다. 심한 경우에는 뼈를 짓눌러 개방성 골절이 일어나기도 한다.

요구조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것이 없겠지만 기계 사이에 자신의 신체가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순간을 눈으로 직접 목도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공포가 아닌 것이다. 혹여 끼인 신체 부위가 절단되지는 않을까, 심각한 손상을 입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동반된다. 무엇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조치가 필요한 까닭이다. 나는 어서 빼달라며 비명을 지르며 울부짓는 요구조자의 얼굴을 맞대며 해야 하는 이런 끼임사고가 많이 부담되었다.

어느 날 야간 출근을 했는데 1팀(주간 팀)이 출동을 나가고 없었다. 이럴 땐 출동팀이 복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당근복(소방관들이 입는 주황색 근무복을 부르는 속어)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팀장님께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네.. 네.. 개금 백병원이요?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팀장님은 팀원들을 집합시켰다.

"지금 1팀이 끼임 사고 출동을 갔는데 현장에서 조치가 안되어 병원 응급실에서 현장 교대를 하자고 하니까 개인차량으로 개금 백병원으로 바로 이동하자"

사정은 이랬다. 1팀은 어느 육가공 공장에 끼임 사고를 출동했는 아무리 해도 끼어있는 요구조자의 신체를 빼내지 못해 기계를 통째로 들어 병원 응급실로 요구조자와 함께 이동을 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조치가 안되니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요구조자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니 응급실로 이동해 우선 마취를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구조대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개금동 백병원 응급실에 우리 팀 구조 대원 6명이 들어섰다. 응급실 입구는 분주했다. 구조 대원으로서는 딱히 가볼 일이 별로 없는 병원 응급실을 일 때문에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환자들의 신음소리와 드르륵 거리는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스트레치카(환자를 옮기는 바퀴 달린 침대)가 내 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응급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황색 옷을 입은 구조 대원들이 보였다. 1팀이었다. 선배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상황을 전해 들었다.

"요구조자의 팔이 끼었는데 빼내기가 너무 힘드네. 일단 마취를 해서 요구조자는 좀 진정이 되긴 했는데..."

혹여 요구조자와 관계자들이 들을까 1팀장님은 낮은 목소리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자칫 잘못 들으면 구조 대원이 무언가를 포기하는 듯한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도 의료진에게 상황을 인계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일단 피곤하실 테니 저희가 타고 온 차 타고 퇴근들 하세요. 오늘 출동도 많이 하셨던데..."

우리 팀장님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1팀원들을 걱정했다. 아까 사무실에서 본 출동 기록에 1팀의 주간 출동 건수가 10건이 넘게 있었던 것을 보신 것이다. 아무리 강철같은 구조 대원들이라도 6월 땡볕에 하루 종일 탱크 같은 구조공작차를 타고 다니며 현장활동을 했다면 이미 몸은 파김치가 되었을 것이 뻔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요구조자가 궁금했다. 뒤편 침대 쪽으로 눈을 돌리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응급실 바닥에서 라면박스 두 개를 겹친 정도 크기의 육중한 기계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구조 대원의 뒷모습이었다. 천흥이 형이었다.

"형님"

천흥이 형은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요구조자도 보였다. 기계에 팔이 낀 채 고개를 돌리고 온몸이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 옆에는 회사 동료로 보이는 다른 여자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었다.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요구조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감은 듯 안감은 듯 풀려있었다. 온몸은 땀과 피로 얼룩져 있었고 기계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피가 많이 튀었는지 앞머리는 핏물이 굳어 떡져 있었다. 여자는 젊고 예뻤다. 당시 내가 30대 초반이었는데 언뜻 봐도 내 또래로 보였다.

육가공 기계로 보이는 기계는 징그러운 기계장치를 속살 보이듯 내보이며 마치 응급실 바닥에 원래 그렇게 박혀 있었던 것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요구조자의 팔을 꺼내기 위해 1팀에서 최대한 분해를 해 놓은 듯했고, 원래의 형태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었다. 기계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은빛 기계부품들이 요구조가 흘린 피를 머금고 번들거렸다. 단단히 화가 난 기계 인간처럼 보였다. 무슨 원수를 지었다고 한 여자의 가녀린 팔을 물어뜯고 깨물어 놔주지 않는지 기계가 야속했다.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있는 요구자자(사진=김강윤 소방관)

나는 천흥이 형 옆으로 더 바짝 다가가 형에게 얼굴을 보이고 다시 말을 걸었다.

"형님. 이제 그만하시고 저희한테 맡기세요. 집에 가셔야죠"

"어. 왔냐? 일단 가서 바이스 플라이어 빨리 가지고 와봐. 그거로 앞에 이거 보이지? 쪼그마한 나사 이거 좀 잡아 돌려봐. 이놈이 암만 돌려도 안 빠지네. 이것만 빠지면 풀릴 거 같은데..."

*바이스 플라이어 : 작은 물체를 고정시켜 잡을 수 있는 공구

천흥이 형은 퇴근하라는 내 말에 대꾸는 않고 나보고 공구를 가지고 오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지체 없이 얼른 뛰어가 공작차의 공구박스에서 바이스 플라이어를 가지고 와 형을 도왔다. 바이스 플라이어를 적당히 벌려 형이 말한 그 나사를 움켜잡았다. 그때였다. 잡은 나사를 고정하기 위해 바이스 플라이어의 뒤쪽의 고정나사를 돌리는 순간 여자의 팔이 살짝 뒤틀리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윽!"

난 들릴 듯 말 듯 한 외마디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 팔은 바이스 플라이어를 잡고 있었으니 놓지는 못하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피가 옷에 튈까 순간 몸이 움직인 것이다. 피는 분무기를 뿌리듯 분사했다. 그 분사된 피가 천흥이 형의 얼굴에 마구 뿌려졌다. 천흥의 형의 얼굴에 뿌려진 뜨끈한 여자의 피가 형의 눈, 코, 입을 뒤덮고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턱 아래로 뚝뚝 흘러내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간호사가 거즈를 한 뭉치 가지고 와 피가 뿜어 나오는 여자의 팔뚝 부분을 눌렀다. 그와 함께 상완근을 압박하여 또다시 지혈을 했다. 그 와중에도 천흥이 형은 미동도 없이 여자의 팔을 빼기 위해 계속해서 공구를 이리저리로 움직여 기계를 분해했다. 나는 그런 형을 보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피를 피하던 내 모습이 죄스러워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일단 난 물려놓은 바이스를 조심스럽게 놓고 다시 공작차로 뛰어가 보호안경을 가지고 왔다. 피가 혹여 감염을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사후 약방문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다시 돌아와 천흥이 형에게 보호안경을 씌워주었다. 무의미했다. 형은 피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이자 끼고 있는 구조 장갑으로 눈 주위를 대충 쓱 닦아내고 다시 기계 분해에 열중했다.

여자는 긴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마취를 해서 고통이 경감되었다 해도 자신의 팔이 저 무시무시한 기계에 끼어 눌려 있는데 어디 맨정신에 그 꼴을 볼 수 있었겠는가? 거기다가 조금씩 분해되어 가는 기계 사이로 자신의 살이 톱니바퀴 같은 기계에 맞물려 짓이겨져 있는 것을 보았을 터이니 그 심적 고통은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을 것이다.

팀장님과 다른 선배 반장님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천흥이형을 설득했다.

"천흥아. 2팀에 인계하고 우선 들어가자. 너 이러다 쓰러지겠다. 요구조자도 마취도 했고 지혈도 되었으니 시간도 벌었고..."

"팀장님. 다 되어 갑니다. 조금만요"

천흥이 형은 집요했고 놀랍도록 집중했다. 팀장님들과 선배들은 천흥이 형의 이런 모습을 보고 더는 만류하지 못했다. 팔을 빼내든 안 빼내든 치료를 해야 하는 의료진들도 천흥이 형만 바라보고 있었다. 형의 얼굴에서 땀이 솟았고 그 땀은 다시 피와 섞여 분홍빛 물이 되어 형의 얼굴을 타고 내렸다. 여자는 고통이 주는 신음과 마취의 몽롱함을 동시에 느끼며 알 수 없는 울음만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뒤였다. 천흥이 형의 얼굴이 조금 찡그러지더니 마지막 힘을 쏟아내는 듯 공구를 쥔 손을 살짝 비트는 순간 기계가 틱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풀렸다. 지켜보던 다른 선배가 여자의 팔뚝을 감싸고 있는 무거운 기계틀을 들어 올렸다. 여자의 팔을 물고 있던 서너 개의 톱니바퀴가 드러났다. 서너 명이 달려들어 마지막으로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 톱니바퀴를 손을 제거했다.

여자의 팔뚝은 이루 말할 수없이 손상이 심했다. 단순히 톱니바퀴에 끼어 있는 게 아니라 몇 바퀴를 돌며 팔의 근육과 힘줄, 혈관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기다란 팔뚝 뼈가 서너 조각으로 부러지며 여자의 뽀얀 살 위로 비집고 튀어나와 있었다. 톱니바퀴가 살을 파고 근육을 찢은 다음 신경과 힘줄을 짓이긴 후에 뼈까지 세 동강 내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오랜 시간을 여자의 팔을 물고 있었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미리 지혈을 해 놓은 탓에 피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팔을 빼내는 순간 기계와 팔뚝 사이에 젤리처럼 엉겨 붙어 있던 핏덩어리들이 바닥에 철퍽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의료진들은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했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간호사에게 상황을 인계하고 응급실을 나왔다. 천흥이형은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오는지 긴 한숨과 함께 물을 찾았다. 피 묻은 구조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더니 미지근한 생수병을 받아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더니 마시다 만 물을 얼굴에 대충 부어내며 굳어 있는 피를 씻어냈다.

돌아오는 길에 천흥이 형이 말을 했다. 이렇게 풀기 힘든 기계는 처음이라고. 사실 기계라는 것이 만든 사람이 그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 우리 같은 구조 대원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벌리고 풀고 해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시에도 기계를 만든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였더니 자신들도 설명을 잘 못하더라는 것이다. 평소 꼼꼼한 성격에 기계를 잘 다룰 줄 아는 형이 이 정도로 힘들어했다면 그 난이도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형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여자는 혼절과 깨어나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고 한다. 기계를 해체하다가 과다한 출혈이 일어나자 구급 대원이 응급실로 이송을 권고했고 요구조자의 팔이 끼인 채로 기계를 통째로 들어 응급실로 이동했던 것이었다.

"젊은 여자가 저런 팔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천흥이 형은 여자를 걱정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바로 앞에 앉아 서로를 바라봤을 두 사람. 여자는 오로지 천흥이 형만 믿었을 것이고 천흥이 형은 자신의 임무를 어떻게든 완수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 것이다. 여자를 놓아주지 않는 기계와의 사투에서 끝내 천흥이 형은 이겼지만 기계도 그냥 물러서지 않으며 여자의 팔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뜨려 놓았다. 그러니 형의 마음은 편하지 못했으리라.

천흥이 형은 어쩌면 기계를 다 풀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쌓였을 지도 모른다. 나는 보았다. 천흥이 형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경험이 쌓인 후 알았지만 구조 대원이 장비를 조작할 때 구조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손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이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본능적 반응인 것이다.

천흥이 형도 어느 순간 그것을 느꼈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형은 기계의 해체와 관계없이 여자의 곁을 지켜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형의 착한 마음을 아는 나는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본다. 어쨌든 천흥이 형이 마지막 순간 기계를 풀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면 여자의 팔은 의료진의 판단으로 절단되었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천흥이 형의 심정을 물어보지 않았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만한 것이 평소 욕 한마디 할 줄 모르는 형의 심성과 궂은일마다 않고 구조대 살림 다 챙기는 형의 선한 성격을 생각하니 아마 형은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그 기계를 풀었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구조대로 돌아와 간단하게 업무를 인계하고 그날의 사투를 마감했다.

형은 지금 경남 00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부산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며 바닷가 앞에 집을 짓고 그곳에서 또 다른 구조 대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늘 시골을 동경하던 형 다운 결정이었다. 2년 전 스쿠버 다이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며 나에게 연락이 와 몇 년 만에 형을 다시 만났다. 다이빙을 함께 하며 옛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이 출동 건을 꺼내어 물어보았다.

"형님 근데 그때 왜 그렇게 끝까지 분해하려고 했어요? 안되면 그냥 응급실에 인계하고 가도 되긴 하잖아요?"

"에이. 그러면 안 되지~ 구조 대원이면 끝까지 해봐야 되는 거여~ 그리고 거기다가 그 여자가 앞에서 팔이 낀 채로 울고 있는데 도저히 못 그만두겠더라고."

특유의 고향 사투리로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하는 천흥이 형. 물어보는 나를 뭘 그런 걸 다 기억하냐는 듯 바라보았다. 예상했지만 당연한 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은 진정한 구조 대원이었다. 바닷물에 반사되는 빛에 천흥이 형의 모습이 더 크게 보였다.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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