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다섯 번째 김강윤 소방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그 다섯 번째 이야기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부산 기장 소방서 구조대 소속 김강윤 소방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이야기인 '질병에 맞서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던 작년 연말에 시작된 전염병이 온 나라를 뒤덮을 태세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이토록 무섭게 퍼져 나갈 줄 그땐 몰랐다. 특히 대구에서 이 전염병의 기세는 상당히 무섭다. 대구, 경북은 나의 고향이자 가족들과 고향 친구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데 몇 번 연락을 취해보니 모두들 불안해하고 있었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원을 위해 대구로 모여드는 구급차량들 (사진제공=김강윤 소방관 제공)

전염되는 병이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소방관이라는 일을 하며 늘 감염이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 역시 이러한 전염병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화재, 구조현장에서 피와 살이 터지는 요구조자들을 봐왔고 그리고 그 처참함에 직접 발 들이며 보고, 만지고, 또한 살리려고 애썼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특수구조단 수상구조대에 근무하며 봤던 수면 위에 떠오른 수많은 시신들. 차마 입으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심하게 부패한 죽은 자들의 육신을 수습했던 경험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물 위 또는 물속의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내 손을 보호하는 장갑은 착용하더라도 물은 내 손의 살갗으로 스며들어왔고(지금은 방수 장갑을 사용하여 그렇지 않다) 물 위에 떠 있을 땐 입과 코를 가려주는 마스크는 물에 젖어버려 무용지물이었으며 그나마 내 얼굴마저 그 시신이 떠 있는 수면 위에서 몇 번을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감염이 두려웠으나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만 가지고 애써 감염 자체를 무시하며 일을 한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나를 비롯하여 내 동료 누구도 어떠한 감염이나 신체적 질병에는 걸리지 않았으며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현장 근무를 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소방관들은 출동업무에서 여러 가지 감염에 노출이 잦다. 특히 응급환자를 처치하고 이송하는 구급 대원들의 위험도는 상당하다.

출동 지시를 받고 도착한 곳에서의 환자 상태는 육안으로 대략적 파악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환자의 병력까지는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떠한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지 어떠한 질병에 걸려 있는지 정보를 습득하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 많다.

실제로 구급 대원이 응급환자를 이송, 처치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사례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구조 대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사고 현장에서 크게 훼손된 요구조자의 신체 또는 주변의 혈액에도 접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피로에 지친 의료진 (사진제공=김강윤 소방관)

감염이 두렵거나 피하고 싶어 구조, 구급 활동을 소홀히 하는 대원들은 없다. 보호 장비를 철저히 착용하고 관련 매뉴얼을 엄격히 따름으로써 감염을 피해 안전하고 철저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혹여 감염이 의심되거나 한다면 이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각자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로 혹여나 일어날 수 있는 감염에 대하여 구조, 구급 대원 스스로가 철저하게 예방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감염방지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구조, 구급 대원들의 현장 활동에 보다 강화된 감염방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요구조자들과의 접촉이 일반인들보다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정지 환자를 처치하며 이송하였는데 사후 검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인 경우도 있었다.

다만 바이러스 확진 자가 늘어나고 접촉자 역시 하루가 다르게 퍼져가는 마당에 이들의 업무가 과중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방서의 구조, 구급 업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된 업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해오던 일상적 구조, 구급 출동도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여나 출동 중에 바이러스 확진, 접촉자와 마주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출동을 기피하거나 요구조자와의 접촉을 마냥 불안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 구급 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관들의 감염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이 감염으로 인하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소방관 몇 사람의 감염 여부를 떠나 바이러스와 무관한 다른 출동 현장에서 소방관의 인력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의 투입과 다른 방편을 마련하여 최소한의 업무 공백은 없을 것이나 업무의 피로도 증가에 따른 대(對) 시민 구조, 구급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 (이정헌 화백 그림)

이러한 우려는 소방관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에 있어 더욱더 고생하고 있고 이 알 수 없는 질병과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과 질병 관련 담당 공무원 등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그 처절한 사투의 현장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는 그들의 존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진은 인력의 부족으로 이들의 피로도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고 한다. 사태를 대처하는 담당 공무원들도 역시 죽을힘을 다해 바이러스를 쫓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TV 화면에 보이는 질병관리 본부장의 모습은 갈수록 수척해 보인다. 앞서 소방관의 감염에 대해 언급했듯이 혹여 이들이 감염이나 과중된 업무로 인하여 건강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이 부재했을 때의 파급효과는 더욱 심각하고 클 수밖에 없으니 부디 스스로를 잘 돌보며 업무에 임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사투는 눈물겹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경북지역에 대한 오해와 루머가 들리기도 하여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울때 일수록 서로를 도닥이며 난관을 극복해 나간 그러한 전례가 많다. 지금 당장 누구의 잘못으로 바이러스가 퍼뜨려졌는지를 캐묻기보다 미친 듯 퍼져나가는 전염병의 무서운 그림자와 싸우는 그 전쟁터의 전사(戰士)들에게 응원과 힘을 보태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환자이송 (사진제공=김강윤 소방관)

‘로세토 효과’라는 말이 있다. 166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로세토 지방에서 그 지역 구성원들끼리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고 마음을 나누자 사람들의 질병 발병률이 낮아지고 치유도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공동체가 서로를 지켜준다는 신뢰가 있을 때 개인은 건강해진다는 것이 바로‘로세토 효과’라고 한다.(동아일보 2월 27일 자 칼럼 中)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위기 속에 직접 뛰어들어 그것을 막아내는 이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그리고 작더라도 힘든 이들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그러한 미덕이 지금 바로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게 하여 결국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훌륭하게 막아내고 이번 사태가 서로를 위하고 도왔던 마음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로세토 효과의 사례로 남길 간절히 바라본다.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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