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강윤 소방관의 이야기 ⑥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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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강윤 소방관의 이야기 ⑥ '봄은 온다'
  • 스타트업엔(StartupN)
  • 승인 2020.03.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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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여섯 번째 김강윤 소방관의 코로나19 사태 속 희망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그 여섯 번째 이야기는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부산 기장 소방서 구조대 소속 김강윤 소방관의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희망 메시지인 '봄은 온다'이다.

지난주 대구에 살고 있는 사촌 조카에게 연락이 왔다. 대구 동산병원에 있는 코로나19 감염 병동에 투입되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방호복을 껴입은 자신의 모습과 함께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 온 것이다.

방호복을 입은 필자의 조카 (사진=김강윤 소방관)
방호복을 입은 필자의 조카 (사진=김강윤 소방관)

스스로가 이미 힘들진데 이 사태에 고생한다며 소방관인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다. 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해 보여 자랑스럽다는 말과 힘찬 격려를 해 주었다. 평소 활동적인 성격에 명절이나 가족 모임 때 유난히 작은아버지인 나를 잘 따라 많이 귀여워하던 조카 녀석이었는데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그 모습에 잠시나마 적지 않은 가슴속 울림을 받았다.

대구 동산병원은 코로나19 전쟁의 최전선이다. 특히 대구, 경북 사람들에게는 동산병원은 역사와 그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거점 대형병원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고향 친구의 누나가 동산병원에 의료진으로 근무하고 있다.

진료를 준비하는 의료진 (사진=김강윤 소방관)
진료를 준비하는 의료진 (사진=김강윤 소방관)

어릴 적 한 동네에서 같이 자라기도 한 친구의 막내 누나는 그 병원에서 수 십 일째 온몸에 비오 듯 흐르는 땀과 답답함을 견뎌가며 하루에 몇 시간씩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묵묵히 견뎌내며 오히려 사정이 딱한 환자들을 걱정한다고 한다.

나의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더라도 그곳에서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많다. 광주남부의사회 회장인 한 의사는 광주 지역 간호사들과 함께 지난달부터 그곳 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 중이다.

특히 의료적인 지원도 물론이지만 환자 한 명 한 명 안타까운 사연에 같이 공감하기도 하고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로 분위기도 돋우며 친밀감 있게 진료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 의료진뿐이겠는가? 내가 있는 부산 기장소방서의 구급대원들은 2주 교대주기로 대구로 파견되어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를 지원하고 온다.

제독 작업중인 공무원들 (사진=김강윤 소방관)
제독 작업중인 공무원들 (사진=김강윤 소방관)

그뿐만 아니라 화학사고를 대비하여 보유 중인 제독차량 역시 대구로 지원 나가 있는지 오래다. 제독차량은 거리나 건물 외부에 감염소독 등을 전담한다. 이들은 교대가 끝나고 부산으로 돌아오면 24시간 자체 격리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힘들게 지원근무를 하고 돌아와서 또 격리 상황을 겪는 몸과 마음은 적지 않게 지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근무 중 대구에 지원 근무를 갔다 온 한 직원과 잠깐 마주쳐 얘기해보니 힘들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여전히 대구를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교대하고 올라간 동료 구급 대원들이 잘 견뎌내기를 바라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한 지역을 집어삼킬 듯 기세등등하게 날뛰던 바이러스에 맞서 당당히 싸우고 이겨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앞서 했다. 스스로의 몸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병을 세상은 처음에는 무서워했다. 하지만 이제 ‘어디 한번 해보자’라며 단단히 맘먹고 이 싸움에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에 바이러스라는 놈이 흠칫하며 다소 주춤거리는 모습이기도 하다.

옛말에 ‘병은 널리 알려라’라고 하였다는데 이 말은 곧 숨겨서 더 큰 병 된다는 뜻이리라. 하여 우리는 처음 무섭게 늘어나는 확진자에 당황하며 놀라기도 했지만 옛말의 효능을 보는 듯 결국 그 병을 스스로 알리고 나면서 대처하는 법을 찾아가며 또 당당히 싸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의 국민들은 굉장히 성숙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예전 메르스 사태 때에는 소위 슈퍼전파자라고 불리는 5명이 150여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였는데 이들 중 마스크를 쓰고 다닌 사람은 1명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스스로가 타인에 대한 감염을 억제하여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얼마 전 언론에 나온 인천의 어느 확진자는 놀라운 감염방지 의식을 보여주었다. 스스로가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는 동선으로 다니고 매일 그날 이동로, 거리, 접촉 여부 등을 일지로 기록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철저하게 실천했다.

그는 음성 판정을 수차례 받으면서도 증상이 사그라들지 않자 자가격리를 스스로 풀지 않았다고 한다. 과하다 싶을 만큼의 자기통제라 느낄 수도 있겠으나 감염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는 과함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일도 들려온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 주지 못하니 일어나는 일이라 해결책을 당장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작정 약국이나 판매처에 가서 마스크를 내놓으라는 식의 억지는 절대 안 될 일이다.

특히 약국은 마스크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정말 약이 필요한 아픈 사람들이 마스크 판매의 분주함에 되려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리고 몇 시간씩 줄을 서며 들어서는 마스크 구매자들을 상대하는 약사들도 여간 곤욕이 아니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약국이 전국적으로 200여 군데가 넘었다는데 그런 약사들의 심정이 다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마스크 장사도 아닌 일을 그래도 이 사태를 함께 이겨보자는 심정으로 뛰어든 약사들에게 우린 작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황이 진정되는 듯도 하다. 이 마당에 설레발은 절대 금물이겠지만 그래도 긍정적 생각이 좋으니 그렇게 믿어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류의 역사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이번에도 분명 지는 게임은 아닐 것이리라 확신한다.

봄꽃을 심는 사람들 (사진=김강윤 소방관)
봄꽃을 심는 사람들 (사진=김강윤 소방관)

평소 즐겨 하던 수영을 할 수가 없어 오늘부터 동네 하천을 따라 달리기로 했다. 봄 날씨가 완연한데다가 다들 나 같은 심정인 듯 산책이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뛰던 중 하천 주위 봄꽃을 심은 공공 근로 어르신들을 보았는데 이왕 숨도 차고 해서 잠시 머무르며 말을 걸어 보았다.

“어르신 코로나 땜에 흉흉했는데 꽃 심는 거 보니 참 좋습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빨갛고 파란 꽃들을 보니 진심으로 흥에 겨워 건넨 말이었다. 그런데 답해 주시는 어르신의 말씀이 참으로 지당하셨다.

“봄은 온다 아입니까?”

아.. 그렇구나. 차가운 날에 시작된 이 병마 때문에 봄기운도 못 느끼고 있었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결국 이 또한 지나갈 일이라 믿고 봄을 반갑게 맞이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병원에서, 약국에서, 거리에서 꿋꿋이 이 병과 맞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어느 해보다 따뜻한 봄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보기도 한다.

분명 봄은 온다.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글/사진 김강윤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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