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씨엠 싱가포르 법인에 근무 중인 차재영 이사의 싱가포르 생활 이야기
두 번째, 싱가포르 정치 및 선거제도에 대한 이야기

지난달 15일에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는 거대 정당이 탄생하였다.

이번 선거 결과로 여당은 개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입법 활동을 야당의 협조 없이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동시에 임기 약 2년여를 남긴 문재인 정부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남은 국정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싱가포로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군이 점령하던 싱가포르는 영국 군정에 넘겨졌고 이후 1946년 4월 싱가포르는 영국 왕의 직할 식민지였다.

이후 1959년에 민족 민주주의의 성장에 힘입어 자치 정부가 수립이 되고 같은 해 5월 30일 역사적인 최초의 총선(General Elections)이 진행되었다. 이 선거에서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 이 전체 51석 중 43석을 차지하며 다수당이 되었고, 리콴유(Lee Kuan Yew)가 최초의 총리(Prime Minister)가 되었다.

리콴유 전 총리 (출처=wikipedia)

역사적 첫 선거후 2015년 치러진 13대 총선까지 인민행동당은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칭송받는 리콴유 전 총리는 인민행동당(PAP)을 일곱 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로 이끈 후 1990년 11월  총리의 자리를 고척동(Goh Chok Tong)에게 물려주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임 후에도 Senior Minister와 Minister Mentor 로서 2011년 11월 공식적으로 은퇴하기 전, 그리고 그 후 2015년  3월 23일 서거할 때까지 국가 경영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리콴유 전 총리의 첫째 아들인 리센룽(Lee Hsien Loong) 현 총리는2004년 8월 고척동에게 자리를 넘겨받은 후 현재까지 싱가포르를 이끌고 있다.

리센룽 현 총리
리센룽 현 총리 (출처=wikipedia)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는 다수당의 국회의원 중에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며, 정치 및 행정 각 분야에서 최고 권한을 행사한다.

이에 반해 대통령은 1993년 최초 직선제 이후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고 있다. 6년 임기의 대통령은 대법원장, 검찰 총장 등 주요 공직자의 임명에 대한 거부권과 축적되어 있는 여유 자금을 초과하여 예산이 편성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이 있으나 국가의 실권은 총리에게 있으며 대통령은 상징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스타나(The Istana) ? 대통령의 관저 및 집무실
이스타나(The Istana) – 대통령의 관저 및 집무실 (출처=wikipedia)

싱가포르의 선거제도는 우리나라의 제도와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선거 연령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투표를 참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일을 지난 고등학교 3학년까지 투표의 문이 열렸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는 만 21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만 18세를 선거 연령으로 채택하고 있는 반면에 싱가포르는 쿠웨이트, 오만 등과 함께 가장 높은 만 21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은 모두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2015년에 치러진 13대 싱가포르 국회의원 선거에 따라 국회의원 전체 99명 중 87명은 국민들의 비밀투표에 의해 뽑혔지만 
무 선거의원 3명(최대 9명까지 가능)은 추천과 나머지 9명은 대통령의 지명에 의해 선택되었다.

무 선거구 의원 제도는 야당이 총선에서 9석 미만의 의석 획득 시 낙선한 야당 출마자 중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한 후보를 의원으로 추천하는 제도이다. 예들 들면 야당이 6석 획득할 경우 무 선거구 의원은 3명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지명 의원 9명은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로 2년 5개월간의 재임기간 동안 예산안, 대통령 불신임안 등 중요 법안에 대한 투표권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무 선거 의원과 대통령 지명 의원 제도는 현 싱가포르의 정치 및 사회 상황을 반영한 제도로 보인다.

집권당이 최초 선거후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적 상황과
중국계, 말레이시아계, 그리고 인도계 싱가포리안으로 구성된 다문화 국민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셋째, 겸임의 가능 여부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의 겸직을 국회법 제29조제1항에서 명시한 단서의 직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는 정무직 고위 공무원으로 임명된 국회의원 외의 일반 의원은 일반 직업 겸직이 가능하다.

국회의사당
싱가포르 국회의사당 (사진=차재영)

집권당에 유리한 선거 구조와 신문, 방송을 정부에서 관장하는 정책을 통해 인민행동당은 1959년 이래 입법부에서 압도적 다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장기 집권의 기반을 공고히 해오고 있다. 동시에 인민행동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일반 대중의 현실적 요구(주택, 취업, 사회복지 등)를 적기에 파악, 정책에 반영시킴으로써 전폭적인 국민적 신뢰 확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여당에 우호적인 선거 제도, 언론 통제, 표현의 자유 제약 등으로 인해 서구 사회로부터 종종 비판을 받아 왔었다.

필자가 겪어 본 대부분의 싱가포르 사람들은 이에 대해 싱가포르의 역사와 주변 정세를 모르는 편협한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자도 초기에는 알고 있던 기존의 민주주의적 제도와는 사뭇 다른 싱가포르의 방식을 접하고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많았으나 11년째 거주하고 보니 싱가포르 시민들의 관점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이 많아졌다.

올해는 싱가포르에도 총선이 치러진다. 코로나가 몰고 온 비상사태로 인해 아직 총선 일정이 정해지지 않고 있는 불투명한 상황 가운데 있다. 과연 이번에도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집권을 연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차재영
글/사진 차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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