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글을 쓰기 위한 자세는 다음과 같다. 

1. 종이(혹은 그에 걸맞는 도구)를 준비한다. 

2. 글을 쓰기에 적합한 자세를 취한다. 

3. 펜을 쥐고 글을 쓴다.

이게 전부다. 올바른 글쓰기는 이처럼 쉬운 일이다. 

거리의 사진가 故 최민식(1928-2023)은 평생 거리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작가였다. 소설가 조세희는 최민식 작가의 사진을 두고 "소설을 쓰는 내 경험에 의하면 감동을 주는 사진은 예외없이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담고 있다. 최민식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과 지금도 겪고 있는 일,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는 상처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촬영한 사진 속에는 오직 사람, 즉 인간만이 있다.

글을 쓰다 보면 화려한 미사여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모비딕의 저자 허먼 멜빌은 대왕오징어를 '길이와 너비가 200미터쯤 되고 펄프처럼 흐늘흐늘한, 크림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거대한 덩어리'라고 설명한다. 대왕오징어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훌륭한 표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표현이다. 다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내면의 자세를 갖추는 것은 외면의 자세를 갖추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는 글을 쓰기에 앞서 항상 펜과 종이를 준비한다. 종이에 초안을 적고 뼈대를 정리한 뒤 살을 붙인다. 대부분의 글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대단한 의식이나 의미를 담은 건 아니다. 습관이다. 글을 써보겠노라고 마음먹은 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보려고 노력해도 시원찮은 글밖에 써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종이에 슥슥 써 내려가다 보니 초안이 잡혔고, 살을 붙이는 게 쉬워졌다. 한 가지 경험을 통해 한 가지 지혜가 생긴 셈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깨끗한 단어를 사용해서 말한다. 좋은 글도 마찬가지로 좋은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좋은 글은 생각을 거듭하면서 만들어진다. 잘 다듬어진 글은 잘 벼린 칼과 같다. 

글/사진=전준우 작가
글/사진=전준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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