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포스터
영화 파묘 포스터

영화 <파묘>는 3월 24일(일) 오전 8시 기준 누적 관객 수 10,001,642명을 기록하며 역대 개봉작을 통틀어 32번째이자 한국 영화로는 23번째 천만 영화가 되었다. 

대한민국 극장가에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 영화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고 있다.  

544만 명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 249만 명의 <사바하> 그리고 천만의 <파묘>까지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3부작의 완결 편을 본 관객들은 다음에 나올 그의 차기작이 무척이나 궁금해질 것 같은 행복한 공포가 밀려온다. 

<파묘>를 제작한 주식회사 쇼박스는 2002년부터 영화, 기획, 제작, 투자, 배급, 드라마 제작 등 전 분야를 아우르며 한국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의 Total Management 역량을 키워온 한국 영화계의 메이저 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침체기에 있던 이 회사는 대대적인 물갈이를 진행하였고, 총제작비 177억에 손익분기점이 3,470,000명인 <파묘>의 흥행 광풍이 불어오면서 모처럼 따스한 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고무적인 현상은 이 작품이 동남아시아 극장가에서 모든 한국 영화의 기록들을 갱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8일 개봉한 인도네시아에서는 20일 만에 약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특히 개봉 초반의 입소문을 타고 상영 횟수가 대폭 확대되어 같은 시기에 개봉한 드림웍스 레전드 시리즈 <쿵푸팬더4>를 제치고 3일 연속 상영 스크린 수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인도네시아 극장가에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이어 <파묘>는 3월 15일 개봉한 베트남에서 <육사오>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세웠다. 개봉일 기준 박스오피스 66만 불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한 <파묘>는 개봉 첫 주에 302만 불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흥행 레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개봉 주 115만 불의 수익을 기록했던 역대 베트남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작인 <육사오>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이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그럼 이 작품의 놀라운 흥행 성과는 어떤 것에 기인을 하고 있을까? 

첫 번째, 오컬트 장르만으로 3부작을 완성시킨 장재현 감독의 뚝심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열정을 꼽고 싶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장르에 도전하며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시작으로 <검은 사제들>을 통해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는 <사바하>로 잠시 상업적 숨 고르기를 하더니 허리케인이 되어 돌아왔다. 

“출발은 음흉한 공포영화였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됐고, 생각이 달라졌다.”라는 장재현 감독은 “극장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화끈한 영화를 만들자!”라고 결심한다. 

결국 <파묘>는 어두운 공포영화에서 관객들이 종합선물세트를 만끽하게 되는 요소로 변신하여 오컬트 장르 최초의 천만 영화가 되었다. 이 결과는 코로나 이후로 한국 영화의 침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측면이 더욱 클 수 있다. 즉 극장에서 볼거리가 풍부한 특별한 장르물은 관객이 극장으로 와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며 풍성한 볼거리로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 <파묘>는 134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관객과 줄다리기한다. 오컬트 장르는 계속되는 공포와 스릴을 그리고 놀라운 경험을 체험하게 해줘야 관객은 손에 땀을 쥐면서 작품을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놀랍게도 그 공식보다는 잘 구성된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관객과 호흡한다. 물론 전자가 없다는 건 아니고 후자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6개의 챕터로 구성된 <파묘>는 요즘 MZ 세대의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즉 짧은 숏폼으로 영상을 보는 세대들에게도 이 리듬감은 적중했다고 본다. 더불어 무당이라는 전통적인 직업군을 젊고 스타일리시한 젊은 배우들로 채우며 그들의 생활방식도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세 번째, 이 특별한 장르가 천만을 넘긴 화룡점정은 시의적이며 대중적인 요소를 잘 믹스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항일과 반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늘 잠재되어 있는 우리 관객은 도화선에 불만 붙으면 무섭게 끓어오른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이 말은 우리 풍수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우리에게 행한 대표적인 만행으로 손꼽힌다. 그 과거를 현재에서 응징 해내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카타르시스를 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파묘>는 그 아픈 과거에 철퇴를 내리는 애국 어벤저스 배우 팀이 돋보인다.  1,760만 명으로 독보적 한국 영화 1위인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했던 영화 <영웅>에서 이토오 히로부미 암살에 가담하는 독립군역의 김고은, 더불어 앞선 작품에 애국지사로 참여한 적은 없지만 <파묘>에서 극중 무당 윤봉길 역으로 출연한 이도현 등, 다분히 의도된 멋진 출연진의 연기도 천만에 크게 기여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 적시한 것 외에도 물론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말하자면 정말 신들린 연기로 무당으로 빙의된 느낌마저 들게 한 김고은의 대살굿판 씬은 가장 큰 볼거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검은 사제들>의 구마 의식이나 엑소시즘 등 서구사회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차용해 출발했던 장재현 표 오컬트 열차는 마침내 한국 전통의 무속신앙과 풍수지리 사상, 음양오행 등 토속적 소재에 역사적 요소를 가미하고 일본의 정령까지 가지고 와서 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다시 달리게 될 열차는 세계 시장에 K-시네마의 흥행 돌풍을 선도해 주길 응원한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해 땅을 찾고, 땅을 파는 나는 풍수사 김상덕이다.’- 최민식

‘밝은 곳과 어두운 곳, 과학과 미신, 그 가운데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세금 없는 현찰을 기다리며 서있다. 나는 무당 이화림이다.’ - 김고은

“파묘란 잘못된 과거를 꺼내 없애는 일이구나.” - 장재현 감독

PS.

봉준호 감독은 흐리고 그로테스크한 날 한강의 다리를 보면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괴이한 생명체가 떠올랐고, 그 기억은 <괴물>이라는 영화로 탄생되었다. 

장재현 감독은 어린 시절 산속에서 우연히 목격한 생생한 이장의 기억을 잊지 않고 <파묘>라는 영화에 온전히 담아냈다. 

천만을 만든 두 감독은 그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예리한 눈으로 담아 상상의 날개 속에 품고 세상을 가졌다. 

내일의 대한민국 천만 감독은 과연 무엇을 떠올리고 있을까? 보라! 기억하라! 상상하라! 만들라! 

저작권자 © 스타트업엔(Startup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