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엔 특별기획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전준우 작가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

스타트업엔에서는 특별 기획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배우론, 교육의 힘, 탁월한 책쓰기, 초격차 독서법, 하루 10분 부모연습 (가제 : 부모가 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집필한 '전준우' 작가의 여섯 번째, 아내에 대한 이야기인 '나는 아내가 좋다'이다.

나는 아재다.

나는 결혼 7년 차 ‘아재’다. 2013년에 결혼했으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 사이인 줄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자친구가 예쁘시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이혼율도 높다.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헤어지는 부부들을 봐서 결혼을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경제적인 여건과 심적 여유를 찾지 못해서 결혼을 미루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나는, 결혼만큼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아내와 나는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맞는 부분보다 맞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큰 소리를 치면서 싸운 적도 많다. 그만큼 다르다. 그럼에도 나는 아내에게 큰 존경심과 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을 함께 느낀다.

아내의 의미

아내와 나는 둘 다 해외봉사단 출신이다. 나는 아프리카, 아내는 미국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그것이 우리를 단단하게 결속시켜주는 귀중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대학생일 때 ‘썸’을 타는 경우는 가끔 있었다. 하지만 깊게 만난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마음의 깊이가 없었다.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함부로 이야기했다. 마음이 조금 가까워지려는 찰나, 돌아서기 일쑤였다. 예쁘고 화려한, 하지만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이 어리고 마음이 삐뚠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운영하는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에 30대 초반의 여성분이 상담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셨다. 그리고 마음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그 여성분은 6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결혼을 약속하며 사귀던 남자친구였는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했다. 너무 마음이 힘들고 어려워서 10년간 알고 지내던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날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성폭행을 저지른 남자는 진실을 요구하는 여자분에게 “네가 좋아서 그랬어. 용서해 줘.” 하고 사정하다가 여자분이 경찰서에 신고하고 나니 도리어 변호사를 고용했다고 이야기하며 법원까지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의 구조가 뒤틀어진 남자들에 의해 한 여자의 꿈과 인생이 완전히 무너져버릴 지경에 처해졌다.

“선생님, 무서워요. 왜 자꾸 자살 생각이 들까요?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암으로 투병하는  환자들도 많이 봤어요. 하루하루 고비를 버티는 환자들을 봐왔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요. 누가 지나가다가 저를 죽여줬으면 좋겠어요.”

해외봉사를 다녀온 뒤, 여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한국과 달리 모든 것이 평안한 아프리카에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지곤 했는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구상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졌다.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생각이 깊고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내가 느꼈던 행복과 감사의 시간들,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공유하는 기회들은 나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의 지혜 안에서

아내는 경찰 지망생이었다.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아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예쁘게 생겼네.’ 생각했다. 아내가 가진 매력을 몰랐다.

얼굴이 조막만 하고 화장을 지워도 화장했을 때와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예쁜 얼굴을 가진 아내는 성격이 무척 좋았다.

누구를 만나도 가까워질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같이 살면서 아내가 가진 매력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

결혼을 하면 집에 들어가는 게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아내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힘들었다. 아내가 얼마간 집을 비우는 날에는 밤새 뒤척였다. 첫날에는 혼자 된 여유로움에 이것저것 들쑤셔보지만, 이틀을 가진 못했다.

아내는 참 지혜로웠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때문에 실수하는 적도 많지만, 지혜롭게 말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아내는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아내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누군가 아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다. 아내가 짜증스러웠는지 “저도 잘 모르는데 그렇게까지 물어보시면 안 되죠.”라고 썼다.

그리고 화면을 잠깐 보다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개에게 여쭤보세요.”라고 썼다. 그리고 다시 잠깐 생각하더니 “저도 잘 모르는데,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라고 고쳐서 메시지를 보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평생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이전에 무역회사에서 근무할 때 이렇게 이야기한 직원도 있었다.

“아, 집에 아내가 있어서 들어가기 싫다.”

대학에서의 학업이라는 것이 사회적 성공과 직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무역회사는 무역업이라는 특성상 4년제 이하는 입사가 어렵다. 잦은 출장, 바이어들과의 미팅을 위해 생활회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어 실력도 갖춰야 하며, 개인적으로 진급을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조차도 마음을 관리하는 데 서툴렀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도 결혼하지 않고 연상의 여자친구와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 직장 동료도 있었다. 가정에 충실할 이유가 없으니 돈을 모을 이유도, 아낄 필요도 없었다. 비싼 옷을 입고,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그 사람에게서는 ‘결혼하지 않은 40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함부로 말하며, 함부로 행동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었지만, 실상은 철없는 어른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렇게 이야기하던 여성 직원도 있었다.

“남편이란 게 다 똑같아. 남편이 능력이라도 되면 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겠는데, 그렇지도 않아. 남자가 능력이 없는데 여자가 뭘 할 수 있겠어?”

언젠가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고운 정情은 알아서 그걸로 결혼생활한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이야. 결혼을 하고 나면 미운 정이라는 게 반드시 필요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좋고 더 아름다운 거야. 미운 정을 모르면 평생 고운 정만 찾다가 갈라서게 되어 있어. 미운 정이 생겨야 돼. 서로의 때가 묻지 않은 결혼생활은 고운 정만 쌓는 거야.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어.”

나에게서 우리가 되기까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여자 주인공인 테레사가 남편이 되는 토마시를 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한 손에 들고 프라하에 토마시를 만나러 온 테레사의 순수함, 애써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을 숨기면서도 토마시에 대한 사랑을 감출 수 없어 어쩔 줄 모르는 따뜻한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내 아내는 테레자처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아니다. 매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내 아내에게서 토마시를 대하는 테레자의 모습과 같은 사랑을 느낀 적이 많다.

결혼하기 전, 어느 날이었다. 아내와 데이트를 하려고 백화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백화점 어느 코너에 있으니 이리로 올 수 있느냐 하는 거였다. 아내가 가르쳐준 쪽으로 갔더니, 저 멀리서 엄청 웃는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아내가 나를 발견하고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런 표정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게 내게는 큰 행복이다.

아내는 나와 다툰 날에도, 속상한 일이 생긴 날에도 항상 내 손을 잡고 잔다. 하루는 잠결에 손가락이 아파서 깼는데, 아내가 내 손가락 하나를 꼭 잡고 있었다. 너무 꼭 잡고 자느라 피가 통하지 않아서 아팠던 거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아내를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은 성별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다. 결혼은 나 중심에서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아내와 나는 무촌이다. 촌수가 없는 무촌인 사람과 평생을 동반하며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상대방으로 인해 마음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아내의 잠자는 모습을 볼 때 깊은 사랑을 느끼고 고마움을 느낀다. 나의 어리석은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제일 가까이에서 보듬어주고 감싸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존중」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된다.

마음의 그릇은 사랑을 먹는 데서 자라난다고 믿는다. 사업의 그릇도 마찬가지다. 신뢰할 만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부부가 함께 사업을 진행할 때 사업 성공률은 8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무슨 위기에 있던지, 기회는 오직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뜻깊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부모는 자녀의 그림자다. 사랑을 가득 담은 아이는 부모가 만든다. 남편에 대한 존중, 아내에 대한 존중은 아이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는 데 귀한 뿌리가 된다.

마음의 뿌리에 배우자에 대한 사랑을 함께 심으면, 무척 든든하고 아름다운 가족이라는 느티나무가 자란다.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따뜻한 사랑으로 섬기는 자세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깊은 마음의 그릇을 가진 인간의 공동체로 성장하는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글/사진 전준우
글/사진 전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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