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보 '2026 백서' 분석... AI 시대, '검증 노동'이 만든 새로운 인지 과부하
1달러 투자 시 4.7달러 회수, 기업 멘탈 케어는 이제 '복지' 아닌 '투자'

"AI가 업무 다 해준다더니"... 직장인 46%가 호소한 '디지털 번아웃'의 역설
"AI가 업무 다 해준다더니"... 직장인 46%가 호소한 '디지털 번아웃'의 역설

2025년,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전성시대다. 챗GPT가 등장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 기업 현장은 표면적으로 생산성의 혁명을 맞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수면 아래서는 전혀 다른 양상의 위기가 감지된다. AI가 단순 업무를 줄여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실무자들은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하느라 전례 없는 '인지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명상 플랫폼 마보(Mabo)가 24일 공개한 '2026 마보백서: AI가 만든 혼돈, 멘탈 피트니스가 필요하다'는 이 같은 기업 현장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백서가 인용한 데이터는 꽤 충격적이다. AI 사용자 중 46%가 업무 속도 가속화로 인해 오히려 '압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비사용자보다 10% 더 많은 '디지털 부채'를 떠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원인은 AI의 역설에 있다. AI가 초안을 작성해 주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 결과물의 진위 여부를 가리고(Fact-check), 맥락에 맞게 판단하며(Judgement), 다시 수정을 지시하는(Prompting) 과정이 새로운 형태의 고강도 정신 노동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작업은 줄었을지 몰라도 뇌를 써야 하는 고차원적 인지 부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업무 중 한 번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 최대 23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까지 더해보면, 기업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생산성 손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직원이 힘들까 봐 상담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정신 건강 관리를 조직의 핵심 경쟁력인 '자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투자 대비 수익률(ROI) 지표다.

백서에 포함된 글로벌 컨설팅사 보고서를 보면 기업이 직원 정신 건강 프로그램에 1달러를 쓸 때마다 4.7달러의 이익이 돌아온다. 무려 470%의 수익률이다. 이직률 감소와 생산성 증대 효과가 수치로 입증되면서 글로벌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5.2% 성장, 491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3.0' 시대로의 전환이다.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글로벌 솔루션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마보는 '한국 직장인의 맥락'을 무기로 내세웠다.

마보는 현재 51만 건 이상의 '마음일기'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한국인 특유의 조직 문화와 감정선이 담긴 텍스트 데이터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자산이다. 실제로 마보의 다운로드 대비 구독 전환율은 8%로, 글로벌 평균(4%)을 두 배 웃돈다. 한국 사용자에게 맞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보 유정은 대표는 이번 백서를 통해 "AI 웰니스 코치와 관리자 대시보드를 통해 사후 처리가 아닌 예측 가능한 멘탈 피트니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더 피로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제 기업의 인사(HR) 담당자들은 '업무 자동화' 툴 도입과 함께 직원의 '뇌 근육'을 회복시킬 전략을 동시에 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백서의 지적대로 '마음챙김'은 이제 착한 복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메타 역량(Meta-Skill) 훈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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