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프리카재단 '2025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성료
단순 견학 넘어 2만불 수출 계약·PoC 성사 등 '실질적 성과' 눈길
참가사들 "현장 검증 통한 선순환 구조 확인... 후속 지원 지속성 관건"

기후테크 7개사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후테크 7개사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편견이 깨졌습니다. 단순한 양해각서(MOU) 교환을 넘어 실제 달러가 오가는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서 유의미한 성적표를 들고 귀환했다. 정부 지원 사업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던 '보여주기식 성과'를 넘어, 실제 현지 기업과의 기술 검증(PoC)과 수출 계약까지 이끌어내며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한·아프리카재단은 지난 19일 '2025년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 in Africa' 성과공유회를 열고 지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내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 7개사를 선발해 5주간의 국내 사전 교육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현지에서의 4주간 집중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번 성과공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수치다. 통상적인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이 현지 시찰이나 네트워킹 수준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이번 2025년 프로그램은 실제 계약 체결이라는 '알맹이'를 챙겼다.

참가 기업들은 아프리카 현지 체류 기간 동안 평균 25건의 비즈니스 매칭을 수행했고, 기업당 평균 4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단순 MOU를 넘어선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들이다.

한 참가사는 아프리카 현지 커피농장 조합인 'GAO Africa'와 2만 달러(한화 약 2,800만 원) 규모의 수출 계약과 공동개발계약(JDA)을 동시에 체결했다. 아프리카 농업 현장에 한국의 기후 기술을 직접 접목해 수익을 창출한 사례다.

현지 대기업 및 혁신 기업과의 협업도 물꼬를 텄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Myplas'와는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며 구체적인 기술 이전을 논의 중이며, 남아공의 농업 혁신기업 'Haygrove'와는 케냐 시장 진출을 위한 제품 샘플 발송 및 기술실행가능성검증(PoC)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은 물류와 신뢰 비용이 높아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며 "단기간에 NDA와 PoC 단계까지 진입한 것은 현지 수요와 한국의 기술력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는 현지에서의 대외적인 수상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한 참가 기업은 남아공에서 열린 'G20 경제포럼' 순환경제 부문에서 1등 상을 거머쥐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환경 문제와 자원 순환 이슈에 대해 한국 스타트업이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현지 맞춤형 비즈매칭'과 '정부 기관 면담'을 꼽았다. 책상 앞에서의 시장 조사가 아닌, 현지 파트너와 직접 부딪히며 시장성을 검증(Market Validation)하는 과정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아프리카는 직접 가보지 않으면 비즈니스 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시장"이라며 "현장 검증부터 글로벌 협력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경험한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전했다.

물론 과제도 남았다. 아프리카 시장 특성상 초기 진입 이후 실제 매출이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이번에 맺은 계약과 PoC가 본사업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후속 관리가 필수적이다. 참가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한·아프리카재단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속적인 후속 지원"을 요청한 이유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전문가는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이 '일회성 투어'로 끝나지 않으려면, 현지에서 확보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롱텀(Long-term) 전략이 필요하다"며 "재단 측이 구축한 신뢰 자본을 개별 기업들이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아프리카재단 측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혁신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시점, '기후테크'를 무기로 아프리카 대륙을 두드린 한국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거대한 수출 물결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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