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닷라이트-에이로봇, 로봇용 3D 합성 데이터 MOU 체결
피지컬 AI 학습의 난제 '데이터 부족', 생성형 3D 기술로 돌파구 마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강자들의 '맞손', 제조·물류 현장 실증이 관건

"엔비디아가 찜했다"… 휴머노이드 '데이터 기근' 해결 나선 韓 스타트업 연합군
"엔비디아가 찜했다"… 휴머노이드 '데이터 기근' 해결 나선 韓 스타트업 연합군

인공지능(AI)이 가상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나오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도래했지만, 업계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은 여전히 '데이터'다. 텍스트나 이미지와 달리 로봇이 현실 세계를 학습하기 위한 정밀 3D 데이터는 확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NVIDIA)의 선택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두 곳이 손을 잡았다. 3D 콘텐츠 기술 기업 엔닷라이트(대표 박진영)와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기업 에이로봇(대표 엄윤설)이 그 주인공이다.

양사는 로봇용 3D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드웨어(로봇)와 소프트웨어(데이터 생성) 각 영역에서 글로벌 기술력을 검증받은 두 기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로봇 학습의 효율성 극대화다. 로봇이 공장이나 물류 센터 같은 실제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로봇을 계속 구동하며 데이터를 쌓는 것은 하드웨어 마모와 시간 제약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엔닷라이트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자체 개발한 3D 모델링 엔진과 생성형 AI 기술인 '트리닉스(Trinix)'를 통해 텍스트나 이미지만 입력하면 CAD 수준의 정밀 3D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성된 가상의 데이터를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학습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의 인연은 엔비디아에서 시작됐다. 지난 10월 열린 '엔비디아 인셉션 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서 두 기업은 나란히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가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 등을 통해 로봇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기술적 토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에이로봇은 최근 6개월 사이 숨 가쁜 행보를 보였다. 5월 대만 이노벡스(InnoVEX) 오키나와 혁신상을 시작으로 11월 국내 로보월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일본 리조테크 엑스포 해외부문 대상까지 한국, 대만, 일본 3개국에서 기술상을 석권했다. 하드웨어 제어 기술력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이번 협약에 대해 "실제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수준으로 로봇의 인지 및 제어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엔닷라이트의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변수를 가상에서 미리 학습시켜, 실전에서의 에러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의도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규어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은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는 "단순한 데이터 생성을 넘어 로봇 AI 학습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글로벌 표준 사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확인한 만큼, 이번 협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가상에서 생성된 합성 데이터와 실제 물리 환경 사이의 격차(Sim-to-Real Gap)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양사는 향후 제조, 물류 등 실제 산업 환경을 겨냥한 공동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며 이 간극을 메워나갈 계획이다. 두 스타트업의 '연합 작전'이 한국형 피지컬 AI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을지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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