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지·엑센추어 거쳐 SC제일은행 리테일 총괄한 '금융 전략가'
금융 이력 부족한 '씬파일러' 문제, 통신 데이터로 푼다
대안신용평가 '이퀄(EQUAL)' 고도화 및 제도권 금융 안착 과제

통신대안평가 장호준 신임 대표이사
통신대안평가 장호준 신임 대표이사

국내 시중은행 부행장급 인사가 신생 핀테크 기업의 지휘봉을 잡았다.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 기준을 만드는 '통신대안평가'가 장호준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을 영입하며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섰다. 전통 금융권의 고위 임원이 데이터 기반의 대안신용평가사(CB)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통신 데이터와 금융의 결합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통신대안평가(주)는 24일 장호준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 신임 대표는 금융권 내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 전략가'로 통한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UC버클리 MBA를 거친 그는 매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 엑센추어(Accenture) 등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금융 전략을 다듬었다. 이후 2005년 SC제일은행에 합류해 자산관리(WM), 프라이빗뱅킹(PB), 카드사업부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18년부터는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을 맡아 소매금융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업계에서는 장 대표의 이번 이동을 두고 단순한 이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보수적인 은행권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대안신용평가'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 부족자)를 위한 포용금융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은행과 대안신용평가사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통신대안평가의 핵심 서비스인 '이퀄(EQUAL)'의 시장 안착이다.

이퀄은 소비자의 통신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모델이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 등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해 기존 신용평가(CB) 체계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계층이 주 타깃이다. 통신대안평가는 지난 4월 전문개인신용평가업 본허가를 획득했고, 이어 9월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증'과 '확장'이다. 아무리 좋은 평가 모델이라도 실제 금융기관이 여신 심사에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장 대표는 SC제일은행 시절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중은행 및 2금융권과의 데이터 연계 협력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가 납득할 만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 대출 상품 등에 적용시키는 것이 그의 핵심 미션이다.

장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신뢰도'를 꼽았다. 그는 "금융권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 혁신의 접점을 찾아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신대안평가가 단순한 신용평가사를 넘어 금융산업의 필수적인 포용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회사는 장 대표 체제 하에서 국내외 금융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의 협력도 넓혀갈 계획이다. 통신 데이터와 비금융 정보를 결합해 기존 신용등급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소외계층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전통 금융인이 스타트업의 민첩함과 결합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장 대표의 등판이 대안신용평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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