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확인된 국내 1호 iPSC 치료제 ‘미우콘’, 30명 대상 유효성 검증 착수
서울성모병원 주도… 위약 대조·이중맹검 도입해 글로벌 데이터 확보 승부수

닳아버린 무릎 연골을 수술 없이 주사 한 방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꿈의 기술로 불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국산 '연골 재생 주사제'가 안전성 관문을 넘어 본격적인 효능 입증 단계에 들어섰다. 단순 통증 완화가 아닌 연골 구조 자체를 복원하는 '근본 치료(DMOAD)' 시장이 열릴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iPSC 플랫폼 전문 기업 입셀(YiPSCELL)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공동 개발 중인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미우콘(MIUChon™)'에 대한 고위험 임상연구 계획이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승인은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살피던 탐색 단계를 지나,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본임상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거대하지만, 정작 환자들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초기에는 진통제나 히알루론산 주사로 통증을 달래다, 연골이 다 닳으면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수술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입셀이 개발한 '미우콘'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핵심은 '주사 가능한 3차원 스페로이드(Spheroid)' 기술이다.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들이 세포를 낱개로 풀어 넣어 생존율이 낮았던 반면, 미우콘은 iPSC로 만든 연골세포를 수만 개의 미세한 공(구형 집합체) 형태로 뭉쳤다. 이렇게 만든 세포 덩어리를 무릎 관절강(뼈 사이 공간)에 주사하면, 흩어지지 않고 손상된 연골 부위에 안착해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다.

특히 타인의 세포를 사용하는 '동종 치료제'임에도 면역 거부 반응 우려를 낮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관절강 자체가 면역 반응이 적은 공간인 데다, 3차원 구조가 세포를 보호하기 때문에 별도 면역억제제 없이도 투여가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번 임상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설계 방식' 때문이다. 보통 국내 초기 임상이 안전성 확인에 치중해 유효성 검증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입셀은 시작부터 글로벌 기준을 적용했다.

왼쪽부터 입셀 남유준 박사, 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 가톨릭대학교 임예리 교수
왼쪽부터 입셀 남유준 박사, 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 가톨릭대학교 임예리 교수

연구팀은 선행 연구(R-3-0012)에서 이미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이번 연구에서는 대상자를 30명으로 늘리고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설계를 도입했다. 환자와 의사 모두 누가 진짜 약을 맞았는지 모르게 하여 플라시보(위약) 효과를 배제하고, 진짜 연골이 재생되는지 MRI 등을 통해 정량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 FDA 등 글로벌 규제 기관 진입이나 다국적 제약사와의 기술 수출(L/O)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iPSC 기반 3차원 연골세포를 주사제로 만든 임상은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확실한 데이터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다. iPSC는 무한대로 증식하는 특성 탓에 암 발생(종양 원성) 위험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연구를 '고위험 임상연구'로 분류해 심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입셀과 서울성모병원 측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작된 선행 연구에서 환자 3명에게 투여를 마쳤고, 현재까지 특이한 부작용 없이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가톨릭중앙의료원 첨단세포치료사업단장)는 "지금까지의 무릎 관절염 치료가 통증을 잠시 잊게 하는 대증요법이었다면, 이번 연구는 연골 볼륨을 다시 채우는 재생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인공관절 수술 전 단계의 중장년층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남유준 입셀 CTO 역시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 확인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상용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단순한 증상 개선을 넘어, 연골 구조가 실제로 회복되는 데이터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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